- 서류 열람 요청 등 불응하기도

부산 한 재개발조합장이 조합원 총회를 열지 않고 대의원회 의결만 거쳐 건축 설계비 등을 증액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이호철 판사)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61)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1심이 인정한 범죄 사실을 보면 부산 남구 대연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인 A 씨는 2015년 7월 조합 대의원회의 의결만으로 설계용역업체 두 곳과 건축설계비를 11억여 원 증액하는 내용의 설계용역비 증액 계약을 체결했다. 또 A 씨는 같은 해 9월 정비사업관리용역업체 한 곳과 정비사업 관리 용역계약을 체결했는데, 이후 사업비 증액 변경에 대한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2016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총 6억6000만 원의 추가 용역비를 지급했다. 조합의 정비사업비 변경은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외 A 씨는 조합원이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시공사 선정 계약서, 자금 입출금 세부내역 등의 열람과 복사를 요청했지만, 15일 내에 관련 서류를 내주지 않았다. 관련법은 조합원 등의 요청을 받으면 15일 내에 그 요청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A 씨는 “예비비로 15억 원이 책정되어 있는데, 이 예비비로 설계용역비를 증액하고, 추가 용역비를 지급한 것이므로 별도의 총회 의결이 필요 없었다. 또 총회 의결을 거칠 수 없는 긴급한 이유가 있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열람 복사 요청은 “사용 목적을 기재하지 않고 요청해 어쩔 수 없이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칠 수 없을 만큼 긴급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 해당 조합원이 관련 자료의 열람과 복사를 요청하면서 구체적으로 4개 의문점을 제시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도정법을 위반해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조합장에서 물러나야 한다. A 씨는 13년째 조합장을 맡고 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