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부 “전문의 진단서 등 없어
- 정신감정 절차 밟으라” 주문
- 피해자측 “검찰 결정 납득 안돼”

검찰이 지난 3월 부산 동서대 앞 카페에서 벌어진 묻지 마 흉기 피습 사건(국제신문 지난 3월 27일 자 8면 보도) 피고인에게 형벌이 아닌 치료감호를 청구해 피해자 측이 강력히 반발한다. 법원도 검찰 청구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정신 감정을 하라고 주문했다.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13일 아무런 이유 없이 20대 여대생 옆구리에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미수)로 구속기소된 이모(20) 씨의 속행공판에서 치료감호를 청구했다.

치료감호는 징역형 등 통상 형벌과 달리, 정신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을 상대로 한 보호 처분이다. 치료감호 청구가 인용되면 대상자는 수감 시설이 아닌 치료감호 시설에서 치료받으며 형벌을 대신한다.

검찰은 이 씨가 과거부터 조현병을 앓았고 범행 당시 이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수용해 치료감호를 청구했다.

그러자 재판부인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양민호 부장판사)는 조현병 정도 등 이 씨의 정신감정 절차를 밟으라고 검찰에 주문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이 씨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치료감호를 청구했지만, 정신 감정 결과나 전문의 진단서가 없어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검찰과 변호인은 법원의 정신감정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 특히 지난 재판부터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줄곧 주장해온 변호인은 이 씨의 과거 병원 치료 기록 2건을 정신감정 기관에 보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씨를 엄벌해 달라고 요구해온 피해자 가족은 검찰 청구에 항의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지난 10일에도 법원을 찾아 이 씨를 엄벌해 달라는 탄원서를 냈다. 딸은 평생 상처 속에서 살아야 하는데 별다른 검증도 없이 치료감호를 청구한 검찰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치료비로만 1300만 원가량이 들었는데 가해자 측은 피해 보상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부디 재판부가 이 씨를 엄벌해 충분한 죗값을 치르도록 해 달라”고 덧붙였다.

피해자는 지난 3월 이 씨가 휘두른 흉기에 맞아 간과 비장이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고, 현재 우울증 등 정신적 트라우마로 휴학하고 치료를 받고 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