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가주택일 때 출산률 더 높다
- 주거비 부담 획기적으로 줄여야”
- 내년 기금 1000억 확보가 목표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이하 복지위)가 파격적인 저출산 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이 시행된다면,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출산율 꼴찌(0.9명) 오명을 쓴 부산의 저출산 현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위는 11일 오후 4시 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저출산 극복의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연다고 10일 밝혔다. 복지위는 이 자리에서 신혼부부에게 주택 마련 비용 1억 원을 7년 동안 무이자로 대출하는 방안을 시에 건의한다. 아이를 낳으면 대출 기간을 3년 더 연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신혼부부가 아이를 1명 낳으면 1억 원을 10년간 무이자로 빌릴 수 있는 셈이다.

복지위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혼’에 집중했다. 우리나라는 유럽 등 서구권과 달리 ‘결혼=출산’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를 보면 2008년 부산에서는 2만149쌍이 결혼했다. 당시 출생아 수는 2만6670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0년 전보다 5000여 쌍이 적은 1만4781쌍이 결혼했다. 신생아 수는 1만9100명으로 줄었다.

여기에 신혼부부 대출이 대부분 집을 마련하는 데 쓰이며, 자가 주택을 가진 신혼부부의 출산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했다. 시의회의 자료를 보면 2017년 신혼부부의 대출 금액은 ‘7000만~1억 원’에 전체의 10.6%가 몰려 있다. ‘1억~2억 원’을 빌린 신혼부부는 23.7%나 된다. 2017년 기준 자가 주택에 사는 신혼부부의 평균 출생아 수가 0.85명으로, 자가가 아닌 곳에서 거주하는 신혼부부의 0.74명보다 많다.

이에 복지위는 ‘결혼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복지위는 일자리, 주거, 보육 환경 등을 결혼에 필요한 요소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핵심이 주거라는 게 복지위의 판단이다. 집을 구하는 데 거액을 대출하는 상황을 없애면 다소 임금이 싼 일자리를 구해도 상관없고, 보육 공간도 자연적으로 마련된다는 것이다.

시의회 박민성 의원은 “일자리 정책에 집중한다면 경제적 안정성을 찾을 수 있겠지만, 주거와 보육의 부담은 쉽게 줄지 않는다. 보육은 결혼이 전제돼야 하는 탓에 출산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주거 문제를 시가 해결하면 자식에게 집을 구해주려고 돈을 보태야 하는 부모의 형편도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복지위는 2020년부터 2029년까지로 사업 기간을 잡았다. 2020년은 출산장려기금 800억 원을 포함해 1000억 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021년 이후에는 시의 본예산에 이런 내용을 포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5년 이상 부산에서 거주한 신혼부부가 대상이다. 다만, 예산 문제로 소득이 많은 신혼부부는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