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예술인과 함께 회현종합상사에 자리잡으며 봉리단길을 일군 여성 화가 김혜련(49)씨는 “이 집의 안마당이 맘에 들어 동료들을 설득해 이사 왔다”고 정착하게 된 사연을 들려줬다. 부산이 고향인 김 씨는 원래 예술계 동료들과 김해문화의전당 후문 쪽에서 공연 카페인 ‘재미난 살롱’을 운영했다. 김 씨는 “처음 이곳에 정착하려 하자 주변에서 ‘다 쓰러져 가는 동네에서 왜 사서 고생하려느냐’며 뜯어말렸다”며 “평소 지론이 ‘적당히 벌고 뜻맞는 사람들과 예술활동을 하자’는 것이어서 동료들을 설득해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각기 다른 개성의 6개 가게를 리모델링하려고 손수 페인트를 칠하고 못질을 하느라 녹초가 되기도 했다.

봉리단길 개척자로 통하는 화가 김혜련(49)씨가 동료 예술인과 합심해 가게를 일군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박동필 기자

김 씨의 공언대로 가게도 그럭저럭 자리를 잡았다. ‘예술인들이 밥집과 카페를 하고 공연도 한다’는 소문이 SNS로 퍼지면서 젊은이들이 전국에서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김 씨는 “얼마 전 우리 가게 앞마당에서 유명 피아니스트 ‘데이 드림’의 클래식 공연도 열렸다”며 “관객들이 ‘품격 높은 공연을 참관하며 예술의 참맛을 한껏 느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데이 드림은 유명한 드라마인 겨울연가 삽입곡을 만든 작곡가다.

김 씨 주변 가게에서도 독특한 공연이 열려 동네가 점차 풍요로워지고 있다. 김 씨가 운영하는 하라식당은 이곳에서 꽤 유명하다. 메뉴는 오로지 벌집삼겹살·버터새우구이와 샐러드 2가지며 이것도 품절되면 일찍 가게 문을 닫는다. 김 씨는 “많이 번다고 좋은 게 아니다”며 “우리가 사는 목적은 서로가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라고 소신을 똑부러지게 말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