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심은 벌금형… 항소심서 무죄
유모차를 끌다가 다른 보행자가 걸려 넘어져 다치게 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7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도로교통법상 유모차는 차마(車馬)가 아닌 ‘보행자’로 봐야 하므로, 상대 보행자도 유모차를 조심할 의무 있다는 취지에서다.
부산지법 형사4부(전지환 부장판사)는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70)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7월 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대합실에서 손녀가 탄 유모차를 끌고 가던 중 옆에서 나란히 걸어가던 B 씨를 바퀴에 걸려 넘어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B 씨는 갈비뼈 근육을 다쳤다.
1심은 “A 씨가 유모차를 끌면서 주변 사람이 부딪히거나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게을리 했다”며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은 유모차를 차마가 아닌 보행자로 보는데 이는 홀로 걷기 힘든 유아의 보행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며 “일반 보행자와 유모차는 서로 상대의 보행을 방해하지 않을 주의 의무가 있다”고 A 씨의 무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B 씨가 갑자기 진행 방향을 바꾸며 유모차 앞으로 진입하다 바퀴에 걸려 넘어졌다”며 “A 씨가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