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호텔 수영장 사고로 고인이 된 이기백 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앞서 지난 2월 초 이 호텔 수영장에서 이기백(12) 군이 팔이 풀장 사다리 계단에 끼어 12분간 나오지 못하면서 뇌 손상으로 의식을 잃고 100일간 사투를 벌였다. 결국 이 군은 지난 5일 장기기증을 하고 하늘로 갔다.

경찰은 이 군이 사경을 헤맬 당시 A 씨와 호텔 총지배인 B(54) 씨, 객실레저팀장 C(여·43) 씨, 수영장 파트장 D(44) 씨, 수영장지배인 E(32) 씨, 안전요원 F(21) 씨 등 6명에게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수영장 등 대중 체육시설에서는 어린이가 위험에 처하거나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물놀이를 하면 제재·보호할 의무가 있는데, 이들은 그런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다. 특히 수영장의 관리·운영을 총괄하는 B 씨는 사고 전 직원들이 안전요원을 추가로 채용해 수영장에 상시로 2명씩 배치하자고 건의했으나 이 의견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A 씨에게는 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 방침이다. 이 법에 따르면 수영장 내 감시탑에는 수상안전요원 2명 이상을 배치해야 하는데, 이 법 규정을 따르지 않은 책임을 호텔 대표인 A 씨에게 물은 것이다. A 씨 측은 경찰 조사에서 “수영장 안전 요원 채용 과정을 몰랐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몰랐다고 호텔 대표의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다”면서 “인건비 절감을 위해 안전요원을 규정에 맞지 않게 채용한 총지배인 B 씨의 죄질이 가장 무겁다”고 설명했다.

이 군이 고인이 되기 전 검찰은 경찰에 아동 사고와 안전 요원 배치 문제 간의 인과 관계를 더 규명하도록 보강 수사 지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호텔 측이 원칙대로 안전 요원 2 명을 배치해 수영장 레인을 각각 관리했다면 이 군이 사고 뒤 조기 발견돼 숨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호텔 관계자들의 혐의를 과실치사로 변경해 재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군은 100일 간 사투를 벌이다가 혈압 저하와 함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이 군의 부모는 아들의 마지막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이 군은 지난 5일 간장과 신장을 3명의 투병자에게 주고 세상을 떠났다. 이 군은 2007년 부산에서 1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나 심성이 착하고 교우 관계가 좋아 주변의 사랑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중학교에 입학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고로 결국 새 교복을 입지 못하게 됐다. 이 군의 어머니는 “기백이가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게 무서웠다. 100일 동안 기다려준 기백이가 어디선가 살아 숨 쉬길 바라며 기증을 결심했다”며 “어린 아이들이 어른의 안전 불감증으로 아픔과 고통 속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일이 더 없도록 이번 일이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