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 “지역단체들 기증 의사 피력
- 예산·환경 등 공감대 형성 관건”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의 상징인 최치원 동상 주변 수호목이 외래종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수호목의 수종을 국내산 동백나무로 바꾸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5일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 정상에 있는 최치원 동상이 히말라야 시다 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이승륜 기자

경주 최씨 부산 종친회는 지난 4일 해운대구를 찾아 동백섬 정상부의 주요 수목인 ‘히말라야 시다’를 다른 종류의 나무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고 5일 밝혔다.

개잎갈나무로 불리는 히말라야 시다는 히말라야산맥이 원산지인 외래종으로, 현재 동백섬 정상부 최치원 동상 앞에 18그루가 있다. 동백섬 내 히말라야 시다의 수령은 40~50년이다. 이 나무가 심어진 시기는 최치원 동상이 건립된 1971년 4월, 해운정 공사가 시작된 1983년 5월, 해운정이 준공된 1984년 10월 중 한때인 것으로 추정된다. 해운대구는 동상 주변 환경을 조성한 조경업자가 고민 없이 ‘속성수’인 히말라야 시다를 심은 것으로 본다. 동상 부지가 국방부 소유인 것에 비춰 히말라야 시다를 좋아했던 과거 정권 지도자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종친회 측은 해운대의 정신이 깃든 곳에 외래종이 자라는 건 맞지 않으므로 수목 교체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종친회는 매년 4월 17일 최치원 동상 준공일에 향례를 올리고, 10월 해운대문화예술원 소속 다도인들이 동상 앞에서 헌다례를 한다.

경주 최씨 부산 종친회 최동찬 사무총장은 “매년 부산시민 수백 명이 참여하는 행사를 치를 때마다 외래종이 동상을 지키는 모습이 민망하다”며 “나무를 좀 아는 이들은 동백섬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질 좋은 동백나무를 수호목으로 심는 게 적절하다고 건의한다”고 말했다.

히말라야 시다의 특성도 강풍 피해가 잦은 기상 조건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나무는 어릴 때 생육이 빨라 ‘속성수’로 분류되지만, 뿌리가 튼튼하지 않아 강풍에 취약하다.

해운대구는 수종을 교체해 달라는 요구가 일리 있다고 판단해 대책 마련을 고민 중이다. 하지만 수종을 교체하는 데 많은 예산이 들고, 환경 훼손 논란도 일 수 있어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인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최근 지역 단체들이 동백나무 기증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수종 교체를 위한 공감대 형성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