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 때 부실시공 지적도 나와
- 김해시, 원인 규명·대책 부심

경남 김해시 골든루트 산업단지 입주사들이 지반 침하에 따른 피해 업체를 자체 조사한 결과 수십 개 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시도 정확한 피해 현황을 집계하고 대책을 마련하려고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29일 골든루트산단경영자협의회는 ‘입주사 지반 침하 실태조사 현황보고서’를 공개했다. 현황보고서는 지난 16~22일 협의회가 회원사 중 66개 업체를 방문해 현장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지반 침하로 피해를 본 업체는 조사대상 중 43.9%인 29개사로 조사됐다. J사는 마당이 전체적으로 내려앉았고, A사는 지반이 꺼지면서 공장 아래에 큰 구멍이 뚫렸다. 유명 가전사인 H사도 마당이 내려앉아 수시로 비용을 들여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 골든루트산단경영자협의회 관계자는 “산단 내 117개 업체 중 일부만 조사한 결과로, 전수 조사를 하면 이 같은 피해를 본 업체가 70%는 될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산단을 조성할 때 시공사인 D건설이 부실시공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입주사인 J사 관계자는 “공장을 지으려고 땅을 파보니 물을 빼내지 않고 흙을 붓는 바람에 지반이 고무줄처럼 출렁거렸다. 결국 사비 3000만 원을 들여 불량 흙을 걷어내고 새 흙을 넣고서야 공장을 지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김해를 대표하는 산업단지에서 지반 침하가 일어나면서 시도 문제 해결에 팔을 걷고 나섰다. 시는 다음 주까지 117개 입주사를 상대로 피해 실태 조사를 벌인다. 시 관계자는 “전면 조사로 정확한 피해 현황과 문제 원인을 밝혀내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또 골든루트산단을 조성한 한국산업단지공단에 공문을 보내 ‘산단 준공 후 지반 침하로 피해를 입은 업체에 보수비를 지원하는 등 배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 골든루트 산단뿐만 아니라 전국에 11개 산단을 조성한 한국산업단지공단은 ‘허용잔류침하량’ 기준도 두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용잔류침하량은 연약 지반을 보강할 공법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며, 침하가 일어나도 구조물이 파손되거나 기능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된다. 경남개발공사는 20㎝, LH는 10㎝를 허용잔류침하량으로 두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그간 연약 지반에서 시공한 사례가 거의 없어 기준이 없는 것뿐이며 연약 지반에서 시공할 경우 수분양자에게 관련 내용을 충분히 고지한다”고 답변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