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새’ 팔색조(천연기념물 204호,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번식지인 경남 거제에서 이 새가 아파트 유리창에 부딪쳐 충돌하는 사고가 또 일어났다.

26일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4시30분께 팔색조 한마리가 거제시 옥포동의 한 아파트 유리창에 부딪쳐 땅바닥에 떨어졌다고 시민이 알려 왔다. 환경연합과 거제시는 현장에서 팔색조를 확인했다. 다행히 유리창에 부딪친 팔색조는 1시간 후 정신을 차리고 인근 숲으로 날아갔다.

팔색조가 유리창에 부딪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5월에도 옥포동에서 팔색조 한 마리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채 발견됐다. 시는 허가를 받아 이 팔색조를 박제하고 시청에 전시했다. 또 2011년 8월과 9월 일운면 옥림마을에서도 팔색조 2마리가 잇따라 건물 유리창에 충돌해 폐사했다.

국내 최초 팔색조 번식지로 확인된 ‘거제 학동 동백숲 팔색조 도래지’가 천연기념물 233호로 지정돼 보호 중인 상황에서 유리창 충돌사고가 잇따르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팔색조 등 조류가 산지와 가까운 아파트나 전원주택 등 건물 유리창에 반사된 풍경을 의심하지 않고 날아가다 충돌해 폐사했다고 본다. 이에 따른 대책으로 유리창에 점 무늬를 새겨 넣거나 끈을 늘어뜨리면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철새인 팔색조는 매년 5월 거제도를 찾아와 7월까지 번식하고 10월께 열대지방으로 돌아간다. 환경연합 관계자는 “거제 학동 동백숲 팔색조 도래지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을 만큼 거제도는 팔색조 고향이자 대표성을 갖고 있다”며 “팔색조 등 야생조류 보호를 위해 조류충돌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