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약식기소 이어 벌금형 고수
- ‘해임 소청 위해서 봐줬다’ 논란
의사 대물림 욕심에 아들을 편입시키려고 면접시험 문제를 빼돌린 부산 한 의과대학 전 교수(국제신문 지난 2월 20일 자 6면 등 보도)에게 법원이 이례적으로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 애초 검찰은 이 교수를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검찰 결정대로 별다른 재판 없이 벌금형만 부과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었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 3단독 장준아 부장판사는 9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56) 전 교수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장 판사는 또 A 전 교수에게 시험 문제를 넘긴 교직원 B(42)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장 판사는 “A 전 교수는 의대 편입시험 문제를 사전에 유출해 공정한 경쟁과 균등한 기회 보장에 대한 사회적 믿음을 저버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더욱이 의대 교수라는 사회적 직위뿐 아니라 의대 내 입지를 고려할 때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데도 부정한 방법으로 아들을 합격시키려 해 학교에 대한 신뢰를 해친 만큼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 전 교수는 지난해 1월 자신이 재직 중인 의대에 아들을 편입시키려고 B 씨에게 부탁해 면접시험 문제와 모범답안을 빼낸 뒤, 이를 아들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판 스카이캐슬’로 불린 A 전 교수의 범행은 출제위원이 작성한 모범답안을 그대로 말하는 지원자를 수상히 여긴 면접관의 제보로 대학 측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들통났다.
법원이 A 전 교수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검찰의 ‘봐주기 논란’도 인다. 검찰은 앞서 A 전 교수를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법원에 정식 공판을 거치지 않고 서면 심리만으로 재산형을 부과해 달라고 청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해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겼다. 그런데도 검찰은 지난달 16일 결심공판에서 약식기소 때와 같은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그러자 법원은 이번에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 법원이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지역 변호사들은 검찰이 사실상 A 전 교수를 봐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검찰 구형대로 벌금형이 선고됐다면 A 전 교수가 자신을 해임한 대학에 대해 소청 심사를 넣을 수 있었던 만큼, 검찰이 이를 고려해 ‘봐주기 구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받아본 뒤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A 전 교수는 선고 이후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번 일로 교수직을 잃었는데도 징역형이 선고된 건 과하다. 변호사와 상의해야겠지만,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