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피해 등 우려로 베어내자
- 동문 “학창시절 추억 담겼는데
- 상의도 안하고 없애버려” 충격
- 학교 측 “절차 문제없어” 입장

1907년 부산 북구 구포동에 개교한 구포초등학교가 개교와 동시에 심은 112년 된 기념 식수(사진)를 베어내자 동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학교와 동문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지역 정치권과 교육청까지 중재에 나섰다.

구포초등학교는 지난 1일 중앙 현관 옆에 심긴 개교기념 식수를 안전상 이유로 잘라냈다고 8일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개교기념 식수의 높이가 16ｍ를 넘어섰다. 해당 수종(히말라야시다)은 뿌리가 약해 태풍 등에 취약하다”면서 “올여름 태풍 피해 등을 우려해 나무를 베어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교 측이 총동창회 등과 사전에 상의 없이 개교기념 식수를 베어내자 졸업생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 학교 65회 졸업생인 지외석(48) 씨는 “많은 졸업생이 모교를 떠올릴 때 개교기념 식수부터 생각할 만큼 졸업생에게는 한 그루의 나무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학창시절 나무 아래에서 뛰놀던 추억을 잊지 못한다”며 “그런데도 학교가 동문들과는 아무런 상의나 통보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나무를 베어내 졸업생의 충격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 같은 동문들의 반발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개교기념 식수를 벌목하기 위해 교직원과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했고, 지난달 12일 학교 운영위원회의 의결까지 마쳤다는 것이다.

학교 측의 유감 표명과 설명에도 총동창회의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구포초 총동창회 김봉국 사무국장은 “교장 선생님과 행정실에서는 안전상의 문제로 벌목했다지만, 기념 식수가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학교는 해당 나무가 112년 된 개교기념 식수인지도 몰라 학부모 대표 위원들에게 설명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총동창회는 지난 3일 학교를 찾아 벌목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으며, 개교기념 식수를 베어내는 과정에서 학교의 업무 처리 절차를 다시 살펴 미흡한 부분이 드러나면 학교 관계자와 교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학교와 총동창회의 갈등이 심화하자 지역구 시의원과 교육청이 중재에 나섰다. 부산시의회 조남구(북구1) 의원은 “지금은 양측 모두 감정이 격해져 잠시 냉각기를 거칠 필요가 있다. 교육청과 협력해 학교와 총동창회 사이의 갈등이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북부교육지원청도 조만간 총동창회 관계자와 면담을 갖고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임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