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합리에 맞서온 장애 여성의 삶을 다룬 책 ‘어쩌면 이상한 몸’을 펴낸 장애인 여성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장애 여성으로 사는 삶을 두고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25일 부산대에서 ‘장애여성공감’이 펴낸 ‘어쩌면 이상한 몸’의 북 콘서트가 부산대 인권센터(센터장 오정진 교수) 주최로 열렸다. 장애여성공감은 장애 여성을 배제하는 제도와 기준에 저항해온 장애인 여성들이 결성한 인권 단체다. 이들이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발간한 ‘어쩌면 이상한 몸’은 장애 여성과 활동가 10명이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에 맞서온 삶을 관계와 통증, 양육, 노동 같은 키워드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 중 한 명인 김상희 장애여성공감 이사는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서 활동보조를 받으며 살았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몇 해 전 활동지원사가 퇴근한 뒤 혼자 넘어졌는데, 두꺼운 이불에 얼굴이 파묻혀 숨을 쉬지 못했던 적이 있다”면서 “장애운동계가 24시간 활동지원을 계속해서 요구했지만, 아직도 제도화되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활동지원사가 있는 장애인은 혼자 있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장애인에게 24시간 활동지원이 필요하다는 단편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장애인에게도 다양한 욕구가 있음을 이해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에 이어 발제자로 나선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은 장애 여성 운동을 이어나가는 삶의 고됨을 이야기했다. 이 사무국장은 “장애 여성 운동을 하면서 숱하게 기약 없는 기다림과 갈등을 겪으며 힘들 때도 많았다”며 “하지만 이런 어려움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 된다는 것을 익혀왔다”고 전했다. 그는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을 던지고 끝까지 답을 찾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한, 운동을 멈출 수 없다”고 말하며 발제를 마무리 지었다. 이어 부산여성장애인연대 허미순 부대표와 부산대 관련 동아리 학생이 패널로 나선 토론과 청중 질의응답 등으로 북토크 행사가 채워졌다. 

 류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