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사라 로우 아리오라 필리핀 외교부 이주 분야 차관은 “국적이 달라져도 이주여성은 여전히 우리 정부가 보살펴야 할 국민”이라며 부산 거주 이주여성들을 격려했다.

이날 아리오라 차관은 한국국제교류재단(KF)주최로 진행되는 아세안 유력인사 그룹 초청 행사의 하나로 부산 해운대구의 아세안문화원을 방문했다.

23일 해운대구 아세안문화원 2층 세미나실에서 사라 로우 아리오라 필리핀 외교부 차관이 부선 거주 필리핀 여성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이날 문화원은 아리오라 차관과 필리핀 이주 여성 10여 명의 만남의 자리를 주선했다. 아리오라 차관이 한국에 사는 자국 이주 여성과 짧게나마 대화할 시간을 만들어달라고 문화원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여성들은 아리오라 차관의 의도대로 자신들이 한국 사회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공유하며 필리핀 정부에도 요구 사항을 전했다.

결혼해 한국에 온 지 10년째 된 A 씨는 “한국에서 산 기간을 말하면 이제 한국말을 잘 하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그때마다 창피하다”며 “이주여성들도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도록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부산에 산 지 7년 째인 B 씨는 “이제 영어보다 한국어를 더 잘한다”며 “검정고시와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삶이 달라졌다”고 공감했다.

10년 간의 한국 생활에 만족한다는 C 씨는 “한국에는 다문화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다”며 “한국어 배움 과정이 단계별로 세분화돼 있는데다 요리 등 한국 문화를 배울 강좌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정부가 우리가 더 발전하도록 도와줬다. 한국은 필리핀보다 의료 서비스를 받기가 쉽다. 밤에 아이들이 홀로 돌아다녀도 불안감이 적다”며 한국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보였다.

이주 여성들의 수다를 한참 들은 뒤 아리오라 차관은 “보통 우리 외교부가 찾아가는 곳은 리비아 등 이주여성이 타향에서 고통을 겪는 곳”이라며 “한국에서는 여러분이 잘 살고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분이 어떤 일을 겪으시더라도 필리핀 대사관에 방문하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다”며 “여러분은 이미 한국인이 됐지만 여전히 필리핀의 일부다. 필리핀 정부는 여전히 여러분의 안위를 신경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23일 해운대구 아세안문화원 2층 세미나실에서 사라 로우 아리오라 필리핀 외교부 차관이 부선 거주 필리핀 여성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이런 가운데 자리의 몇몇 참석자들은 한국 내 필리핀 영사관이 부족해 서류 등의 발급을 위해 멀리 서울 대사관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아리오라 차관은 “비용 등 문제로 당장 영사관을 만들어 줄 수 없다”면서도 “대신 1년에 두 차례 대사관 직원이 부산을 찾아 민원 업무를 처리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려움을 겪는다면 무상으로 고국으로 보내주겠다.” “재판 받을 일이 있는데 돈이 없으면 변호사를 구해줄 수 있다.” “안전하게 쉴 공간이 필요하면 대사관을 찾아라.” “기본 의료도 대사관을 통해 지원할 수 있다.” 이날 30분 간 진행된 간담회 내내 아리오라 차관이 이주여성들에게 반복한 말이다. 아리오라 차관은 자리를 마치는 순간에도 여성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대사관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