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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으로 억울한 옥살이 30년…분통”

‘사상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

  • 국제신문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19-04-18 19:54:34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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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고문·허위작성, 검찰은 묵인
- 과거사위 “범인 조작됐다” 결론
- 법원 재심 기일 잡히기만 기다려

“초등학교도 못 나온 제가 서울대 로스쿨 강연에서 ‘억울하게 누명 쓴 사람이 없으려면 똑똑한 당신들이 수사·재판을 잘해야 한다’고 몇 번이고 당부했습니다. 온갖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강요한 경찰은 물론이고 조작 서류만 보고 우리를 살인범으로 만든 검찰·법원을 향한 원망이 오죽하겠습니까. 재심이 끝나면 남은 인생을 경찰의 불법수사 처벌 공소시효(5년)를 없애는 데 쏟을 생각입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이 경찰 고문으로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면서 당시 용의자였던 장동익(61) 씨는 18일 모진 고문과 옥살이로 송두리째 날려버린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울분을 토했다.

사건은 1990년 1월 사상구 엄궁동 낙동강 갈대숲에서 두개골이 함몰된 여성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범행도구나 지문이 없어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을 처지였다. 그러다 1991년 11월 다른 혐의로 최인철·장동익 씨가 검거되자, 경찰은 이들을 엄궁동 사건의 범인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2013년 특별감형을 받고 석방됐다. 특히 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직접 변론을 맡아 관심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영화 ‘재심’ 상영회에서 “평생 가장 한이 되는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두 사람은 고문을 받고 허위자백을 강요받았다며 2017년 5월 재심을 청구했다. 당시 또 다른 용의자였던 최인철(58) 씨는 “경찰은 자신들이 원하는 진술을 들을 때까지 반복적으로 구타하고 물고문을 가했다”며 “겨자 탄 물을 눈코에 들이붓기도 해 아직도 겨자를 못 먹는다”며 힘겹게 말했다. 최 씨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고문의 기억을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다.

과거사위도 수사 과정에서 고문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과거사위는 “최 씨의 고문 피해 주장을 배척한 당시 법원 판결에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 의해 과학적 오류가 존재한다는 점이 밝혀졌다”며 “부산 사하경찰서 수사팀에 의한 고문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검찰의 부실수사도 지적했다.

이들은 재심 기일이 잡히기만을 기다린다. 과거사위 발표 후 부산고법에 심문기일을 지정해달라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장 씨는 “곧 재판이 열리지 않겠나. 감옥에서 21년을 버텼는데 재심 청구하고 고작 2년 지났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장 씨는 언론 보도를 지켜보고 있을 당시 고문 경찰에게도 한마디를 남겼다. “제가 못 배우긴 했지만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입니다. 모두가 역지사지의 마음을 안고 산다면 억울한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해요. 그 경찰들도 무고하게 살인죄를 뒤집어쓴 저의 억울함을 생각했다면 그러지 못했을 테니까요.”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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