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사 진행 후 구속영장 청구
- 간부 친인척 부정 취업도 확인
- 현 위원장 소환조사 임박한 듯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자 몸을 숨긴 부산항운노조 전 위원장(국제신문 지난 9일 자 8면 보도)을 검찰이 도주 20여 일 만에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박승대 부장검사)는 지난 15일 채용비리 혐의로 부산항운노조 전 위원장 A 씨를 체포했다고 16일 밝혔다. A 씨는 항운노조 취업·승진을 미끼로 수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비리 전력이 있는 A 씨는 항만 인력 비리를 캐고 있는 검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지난달 20일께 자취를 감췄다. 검찰은 A 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한 끝에 서울에서 그를 검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 씨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한 뒤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09년 부산항운노조위원장에 당선된 A 씨는 선거자금을 마련하려고 돈을 받고 일자리를 판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형기를 다 채운 후 노조 지도위원으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퇴임 후에도 각종 채용비리에 개입하는 등 ‘상왕’처럼 군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취업·승진 청탁을 받고 억대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된 B 씨도 A 씨의 영향력을 빌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2014~2017년 부산항운노조 유력 인사와 친분이 있다며 취업과 승진을 미끼로 억대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앞서 지난 2일 김상식 현 부산항운노조위원장의 부인 C 씨가 근무하는 보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에서 2008년과 2012년, 2014년 세 차례에 걸쳐 항운노조 조합원 수십 명이 무더기로 C 씨를 통해 특정 연금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합원의 보험 가입이 대가성에 따른 것인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항만 인력 전환 배치 비리에 노조 지도부가 개입됐는지도 조사하고 있어 김 위원장의 소환조사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에 따르면 북항에서 신항으로 전환 배치되는 과정에서 부정 취업한 조합원 74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49명이 노조 간부 친·인척이거나 지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신항 항만업체에서 필요 인력을 요청하면 노조 지도부가 각 지부장에게 배부한 추천권을 통해 비조합원 신분으로 채용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5일 부정 채용의 ‘창구’ 역할을 해온 노조 조직조사부장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하고, 금품수수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