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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보행친화 도시로 <15> 범어사 누리길~요산문학관

편백숲과 계곡, 펼쳐진 ‘문학 로드’…발걸음도 詩가 된다

  • 국제신문
  • 오광수 기자
  •  |  입력 : 2019-04-11 19:08:55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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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어사역·범어사 2.26㎞ 구간
- 계곡 물소리·편백 향기 그윽
- 경내 등나무 5월이면 꽃이 활짝
- 카페 늘어선 ‘범리단길’ 지나면
- 그림·문학비 굽이굽이 반겨줘
- 한발한발 걷다보면 요산 문학관

범어사 문화체험 누리길과 요산 김정한(1908~1996)의 문학관 등지를 둘러보는 코스다. 영남 3대 사찰로 불리는 범어사, 평생 ‘사람다운 삶’을 고집했던 요산 선생과 마주하는 자리다. 자연 속 산책로인 범어사 누리길을 걷는 도중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계곡 물소리, 피톤치드를 잔뜩 안겨주는 편백 군락 덕택에 치유와 비움, 여유를 누리는 것은 덤이다.
   
범어사 대웅전으로 가는 길에 맨 처음 만나는 조계문. 기둥이 일렬로 나란히 서서 지붕을 받치므로 일주문(一柱門)이라고도 한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 범어사 명정학교의 ‘인연’

길은 부산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에서 시작한다. 1번 출구로 나와 청룡초등학교 쪽으로 꺾어 들어간다. ‘요산 문학관 600m’(팔송로 1→68) 표지판이 보인다. 초등학교 정문 앞은 1930년대 남산들 모내기, 1954년 노포삼거리 등 주변 옛 모습을 담은 거리 갤러리로 꾸몄다. 청룡초등(1908년)과 맞은편 금정중(1946년 개교)의 뿌리는 사립 명정학교다. 사립 명정학교는 범어사 금어암에서 1906년 문을 열었고 1908년 인가를 받았지만, 1919년 3월 31일 재학생의 3·1 만세 운동 참가 등을 문제 삼아 일제가 강제 폐교하기도 했다.

길은 계속된다. 청룡초등에서 요산문학관 방향 금정농협 인근 사거리에 이르는 구간은 어린이 보호구역이어서 보·차도 노면 표시(시속 30㎞)가 있으나, 상가 적치물이나 전봇대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일쑤다. 주유소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요산의 문학집을 빼곡히 쌓아 놓은 모양의 돌 조형물과 하천을 만난다. 온천천이다. 하천의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조금 더 가면 ‘범어사 누리길 400m’ 표지판이 있는데, 남산본동교다. 여기서 굴다리를 지나면 범어사 문화체험 누리길 안내 표시판이 기다린다.

범어사 누리길은 총 2.26㎞. 108계단과 덱 교량, 하마마을 연결 구간을 지나 경외 주차장에 닿은 뒤 범어사에 이르는 길이다. 108계단 앞은 ‘비움의 공간’. 이곳에서 덱 교량 가는 길에 편백 숲이 펼쳐져 호젓하게 걷기에 그만이다. 하마마을과 만나는 구간에는 덱 길이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는 계곡으로 내려가는 별도의 덱 길도 조성했다. 시원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쉬어가기에 좋다. 마침내 경외 주차장을 거쳐 대한불교 조계종 제14교구 본사인 범어사에 접어든다.

■ 굽이굽이 펼친 문학·그림비

경내에 들어서면 먼저 범어사 등나무 군락(천연기념물 176호)을 만난다. 등나무 6500그루가 자생하는데, 해마다 5월이면 꽃이 활짝 핀다. 대웅전(보물 434호)으로 향하는 길에 조계문(보물 1461호)이 서 있다. 조계문은 삼문(三門) 중 첫째 문으로, 기둥이 일렬로 나란히 서서 지붕을 받치므로 일주문(一柱門)으로도 불린다. 자연과 조화된 빼어난 조형미가 돋보인다. 조계문과 천왕문 불이문 보제루는 대웅전을 향해 일렬로 늘어서 있다. 범어사의 창건에 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으나 678년(문무왕 18) 의상 대사가 창건했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1300년이 넘는 사찰이다. 금빛 나는 물고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우물에서 놀았다고 해서 금정산(金井山)으로, 이 산에 지은 사찰이라고 해서 범어사(梵魚寺)로 이름을 붙였다니 천년 고찰에 걸맞은 스토리텔링이다.

범어사에서 ‘하산’한다. 다시 경외 주차장을 지나 상마·하마마을 갈림길에 서면 오른쪽에 요산 김정한 문학비가 서 있다. 왼쪽 하마마을 쪽으로 꺾어 내려가면 굽이굽이 범어사로가 이어지는데, 이 길은 멋을 잔뜩 부리고 분위기를 잡는 카페 등이 많은 범리단길(‘먹거리 타운’ 안내판 일대)로 유명하지만 곳곳에서 문학비, 그림비 속 작품들을 만나는 것 역시 쏠쏠한 재미다. 소설가·아동문학가인 향파 이주홍 문학비 속 시 ‘감꽃’, 시조시인 황산 고두동 문학비의 ‘숲-금정산에서’, 근대 부산의 미술가인 김종식 그림비의 작품 ‘부산항’ 등이 그것이다.

터벅터벅 걸으니 금샘로와 만나는 삼거리다. 오른쪽 금샘로를 따라가면 요산 문학관에 닿는다. 2006년 11월 세워진 요산 문학관에서는 선생의 유품과 육필 원고, 손때 묻은 우리말 낱말 카드 등을 만날 수 있다.
   

오광수 기자 걷고싶은부산·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공동기획:부산시·국제신문·(사)걷고싶은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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