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원청 “지자체가 돌봄교실 설치”
- 市 “복지부 지침 어긋나 불가능”
- 모호한 내용 탓 … 개교 차질 우려

교육부가 ‘지자체의 협력’을 조건으로 경남 양산 덕계2초등학교와 강서유치원(이상 가칭) 개설을 허가했지만, 양산시와 교육당국이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불거져 개교 차질이 우려된다.

10일 양산시와 양산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양 기관은 2021년 덕계동 덕계2초와 강서동 강서유치원 설립을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학교 시설 복합화 등 지자체와의 협력 방안 강구’를 조건으로 두 교육시설의 신설을 승인했다.

이에 따른 협의에서 지원청은 시에 “덕계 2초 내에 ‘학교 돌봄교실’을 설치하고 시가 운영을 맡아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시는 지자체가 맡을 성격이 아니라며 거절했다. 지자체가 운영할 수 있는 돌봄 시설은 보건복지부 사업인 ‘마을돌봄센터’인데, 학교 돌봄교실과는 성격이 달라서다. 마을돌봄센터는 마을 내 모든 아동이 이용할 수 있는데, 학교 돌봄교실은 해당학교 학생만 쓸 수 있다. 게다가 마을돌봄센터를 학교 내에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원청은 또 공립형 지역아동센터 건립도 제안했는데, 시는 이 또한 거절했다. 아동센터는 저소득층 아동이 우선 입소 대상자인데, 보건복지부 마을돌봄센터는 운영 지침에 따라 소득과 무관하게 이용할 수 있어 성격이 달라서다. 시는 보편적 보육을 확대하는 추세에 시 재원으로 공립형지역아동센터를 만들면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원청은 강서유치원에도 시가 돌봄 시설을 설치해 주기를 원한다. 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학교 시설 복합화’라는 취지에 맞춰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등 다른 시설을 만드는 방안도 논의하자는 입장이어서 지원청과 온도 차를 보인다.

공사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양 기관이 빠르게 답을 찾지 못하면 덕계2초와 강서유치원 개교가 늦춰질 수도 있다. 애초에 설립을 승인할 때 붙인 조건이 구체적이지 않았던 게 이 같은 이견 표출의 원인이다.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의 덕계2초 조건부 설립 승인서 부대의견을 보면 설립 조건을 ‘학교 시설 복합화 등 지자체 협력 방안 강구’로 모호하게 표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설립 승인 전 돌봄 시설 설치를 요구했을 때 ‘수요와 접근성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회신했는데 교육당국은 마치 확답한 것처럼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원청 관계자는 “부대 조건인 학교시설 복합화는 용도가 다양한 만큼 돌봄 외에 다양한 시설을 만드는 방안을 포함해 논란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