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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산불, 수사 주체 서로 떠넘기기

축구장 28개 면적 20㏊ 태우고 18시간 만에 큰 불길 잡혔지만 아직 잔불 처리 남아 안심 못해

  • 국제신문
  •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  |  입력 : 2019-04-03 21:20:46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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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당국·산림청·해운대구청
- 화재원인 수사 놓고 옥신각신

지난 2일 부산 해운대구 운봉산 자락에서 발화해 기장군까지 확산한 산불이 3일 대부분 진화됐다. 하지만 이번 산불로 축구장 28개 규모의 산림이 소실될 때까지 주민들은 밤새 대피소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소방 당국과 담당 지자체가 불길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한 데다 수사 주체도 모호해 사태 해결 과정에서 미흡함을 남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운봉산에서 공무원 등이 전날 발생한 화재의 잔불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부산소방본부는 3일 오전 운봉산 화재 진화 상황을 발표하면서 “큰불은 잡았다. 낙엽 아래 등 눈에 안 보이는 불을 끄는 작업만 남았다”고 밝혔다. 소방본부 측은 이날 오전 9시10분 운봉산 화재를 ‘완진’했다고 알린 데 이어 1시간 후엔 2단계였던 소방 대응 단계를 1단계로 낮췄다.

전날부터 이어진 진화 작업을 어렵게 한 것은 바람에 불꽃이 여러 지점으로 날아가는 ‘비화’였다. 불은 지난 2일 오후 3시18분 반송동 운봉산 2부 능선에서 시작돼 초속 3m 남서풍을 따라 순식간에 확산됐다. 바람 방향이 바뀌어 불길이 운봉산과 인근 개좌산 능선을 타고 기장군 철마면 고촌리를 향했다. 이에 소방본부는 소방 대응 단계를 1단계에서 다시 2단계로 격상했다. 하지만 오후 6시50분 일몰로 헬기 작업이 불가능하자 진화는 더뎌졌다. 다음 날 소방·산림 당국은 담당 지자체에 역할을 분담하고, 헬기 등 장비를 총동원해 화재 발생 18시간 만에 큰불을 모두 껐다. 하지만 운봉산 자락에서 잔불을 정리하던 기장군 직원들이 갑자기 치솟은 불을 여러 차례 끄는 등 비화 가능성은 여전히 남은 상태다.
시는 이틀간 화재로 운봉산 일대 임야 20㏊가 소실된 것으로 추산했다. 이 과정에서 인명·재산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 2일 밤 9시께 기장군 철마면 고촌리 실로암공원묘원 사무소에 마련된 대피소로 피한 사등마을 주민 30여 명은 뜬눈으로 밤을 새야 했다. 주민 A 씨는 “마을 주민 상당수가 묘지 방문객을 상대로 꽃을 팔고 있는데, 꽃이 모두 타 장사를 못 하게 될까 봐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 이 마을 주민들은 3일 오전 6시께 귀가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은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던 3일 0시께 귀가하는 등 소방 당국의 대피 통제에 허점이 드러났다.

화재 정보를 알리는 과정에서도 혼선이 빚어졌다. 산림청은 3일 오전 7시께 산림 피해 규모가 45ha에 이른다고 밝혔지만, 소방본부는 이를 20㏊로 정정했다. 산림청은 또 같은 시각 진화율이 80% 수준이라고 했지만, 소방본부는 불과 40여 분 뒤 90%라고 발표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도 원활하지 못했다. 관련법상 산불 예방과 원인 규명 주체는 산림청 또는 지자체다. 하지만 해운대구는 지난해부터 특별사법경찰관을 두고 있지 않아 수사 주체를 정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해운대구는 결국 해운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경찰은 ‘책임 떠 넘기기’라며 반발했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산불 조사 주체는 엄연히 산림청과 구청인데 모든 것을 경찰에 떠 넘긴다”며 “경찰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지만 주요 수사는 산림청과 구청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장군 실로암공원묘원 인근 운봉산 자락에서 화재가 재발했다는 신고가 이날 오후 6시50분 이후 수십 건 접수됐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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