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항만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항운노조 ‘윗선’을 정조준하고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노조 위원장 주변인을 압수수색(국제신문 3일 자 8면 보도)한 데 이어 고위 간부인 지부장의 구속영장을 잇따라 청구하는 등 지도부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박승대 부장검사)는 채용 비리 혐의로 항운노조 현직 지부장 2명과 집행부 간부 1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달 압수수색을 받은 어류·적기 지부장과 노조 조직조사부장 A 씨가 그 대상이다.

이들은 조합원을 북항에서 신항으로 전환 배치할 때 외부인을 조합원인 것처럼 위장해(가공 조합원) 취업시킨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전환 배치는 일선 지부에서 대상자를 추천하면 항운노조 집행부가 최종 명단을 결정하고, 항만업체는 이를 예외 없이 채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수법으로 만들어진 가공 조합원은 검찰에 확인된 인원만 150명이고, 실제 80여 명이 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에 따르면 비항운노조원의 신항 정식 채용 경쟁률은 5 대 1 수준으로, 북항보다 작업 환경이 우수하고 임금도 500~1000만 원 더 많아 전환 배치 순서를 기다리는 북항 소속 조합원은 1000명 이상이다. 검찰은 불법 전환 배치를 업무방해 혐의로 보는 한편 노조 간부가 ‘브로커’로 활동하면서 금품을 받았는지 집중 수사하고 있다. 지부장 등 3명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5일 오전 열리고 구속 여부는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앞서 지난 2일 김상식 부산항운노조 위원장의 부인이 근무하는 보험대리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취업·승진 청탁 대가로 부인을 통해 보험 가입 등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보험 가입 등에 대가성이 확인되면 김 위원장의 검찰 소환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