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륙마을~낚시공원 돌아 4㎞
- 입구부터 울창한 수림이 반겨
- 곳곳엔 고사리 군락지 한가득
- 쉼터서 보이는 해안절벽 압권

- 바닷가에 우뚝 솟은 복바위
- 아들 낳게 해준다는 이야기도

울창한 숲길과 바닷가 산책로를 잇달아 걸을 수 있는 곳이 있다. 경남 통영의 ‘종현산 숲길과 해안누리길’이 그 길이다. 종현산은 통영의 명산인 미륵산의 끝자락에 위치한 야트막한 산으로, 동네 뒷산처럼 정겹다. 숲길은 전 구간이 완만해 체력 소모가 적은데다 보기 드문 나무고사리 군락지가 주변에 형성돼 있어 신비롭고 아름답다. 게다가 바닷가 해안누리길과 만나 가족 단위 나들이에 제격이다. 해안누리길은 지역민들이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려고 즐겨 찾는 명소로 통영시가 선정한 걷기 좋은 길 18곳 중 하나다.

	정자 쉼터가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안절벽과 영운리 앞바다 비경은 압권이다. 박현철 기자

■울창한 수림이 하늘을 덮는 숲길

통영시 도남동의 스탠포드호텔을 넘어서면 곧 도로 왼쪽길 아래에 대규모 펜션 단지가 눈에 들어 온다. 수륙마을이다. 예전에는 촌집이 자리잡았으나 한 채 두 채 펜션이 들어서면서 어느새 단지가 형성됐다.

마을 앞은 바로 해수욕장이다. 백사장 폭이 너무 좁아 해수욕장이라고 부르기 쑥스러울 정도지만 통영에서 차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해수욕장이라는 점에서 희소가치가 크다. 통영은 대부분 해수욕장이 섬에 위치해 있다.

수륙마을에서 오른편 해안 산책로로 접어들면 멍게 작업장 뗏목이 여러 군데 보이고 곧 자전거 대여점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해안누리길의 시작점이다. 해안로는 도보와 자전거 전용도로로 포장이 깔끔하다.

종현산 숲길도 이곳에서 시작된다. 포장된 해안로에 들어서자 마자 이내 ‘미륵산 숲길 안내도’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종현산을 포함한 미륵산 전체의 숲길을 안내하고 있다. 초입은 늘 그렇듯 오르막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없다. 5분만 올라가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 오르막이 숲길 중 유일한 오르막이다. 이후로는 숲길 끝까지 능선이 펼쳐진다. 오솔길을 잘 오를 수 있도록 흙바닥에 층층이 나무계단을 조성해 놓았다. 입구부터 수풀이 우거져 하늘을 덮을 정도로 울창하다. 그래서 일까, 온갖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숲길에 울려 퍼진다.

■고사리 식물 가득한 신비로운 숲길

이내 첫 번째 쉼터인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숲길 구간에는 모두 세 곳의 전망대가 위치해 있다. 첫 번째 전망대에서는 한산대첩의 격전지였던 한산도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 온다. 아래 해안누리길의 통영등대낚시공원도 지척으로 다가온다. 바다는 햇살을 받아 눈부시도록 반짝이고 출렁거린다.

가득한 고사리 식물 덕분에 종현산 숲길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긴 고사리 잎사귀를 만날 때면 고생대에 와 있는 듯한 착각 속에 빠져 들게 된다. 첫 번째 전망대와 두 번째 전망대 사이 구간이 고사리 군락지다. 이끼류도 자주 보이는데 이 숲길이 꽤나 따뜻하고 습한 곳임을 짐작할 수 있다. 천천히 걸으면서 다양한 수종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숲길 중간을 넘어서면 두 번째 전망대다. 이곳에서도 한산도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전망대 아래 평평하게 다져진 곳이 있는데 도시락을 먹기에 딱 좋은 곳이다. 조금 더 걸으니 숲길 삼거리가 나오고 안내 이정표가 보인다. 지금까지 외길이었기 때문에 숲길에서 만난 첫 이정표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숲길의 마지막 구간인 세 번째 전망대(해바라기 전망대)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꺾으면 영운리 통영한산마리나리조트에 닿는다. 해바라기 전망대 조망이 보고 싶어 직진했다. 정자 쉼터가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안절벽과 영운리 앞바다 비경이 압권이다. 쉴 새 없이 오가는 어선들의 움직임이 분주하고 활기차다. 이곳에서 계단을 따라 바닷가로 내려가면 곧장 해안누리길과 만나게 된다.

■바다 옆에 끼고 거니는 해안누리길

해안누리길로 내려오면 바닷가 바로 앞에 큰 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우뚝 솟은 모양 때문에 예전에는 ‘남근바위’라 불렸는데 이름이 상스럽다고 해 지금은 ‘복바위’라 불린다. 옛날 마을의 한 아낙이 울타리 넘어 앞바다를 바라보니 남근같이 생긴 바위가 바다 가운데서 육지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놀라 고함쳤더니 그 자리에 멈춰 섰다고 한다. 아들을 낳지 못하는 부부가 섣달 그믐날 새끼줄을 꼬아 복바위에 두르면 소원을 이룬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이 복바위에서 왼편 해안로를 따라 첫 출발지인 수륙마을로 향했다. 해안로에는 군데군데서 세월을 낚고 있는 낚시객들이 자주 보였다.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를 타고 오가는 사람도 많았다. 해안로 중간에 자리잡은 통영등대낚시공원은 바닷가 한가운데까지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해 놓았다. 바다 멀리 길게 설치된 잔교는 일부러 중간 부분을 구부려 놓아 이채롭다. 아쉽게도 보수 중이라 들어가지 못했다.

해안로는 바다 비경과 어우러져 파도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걷기 그만이다. 진한 바다내음이 머릿속까지 퍼져 나갈 만큼 바다와 근접해 산책할 수 있는 명소 길이다. 실제 지역민들도 주말에 산책코스로 이곳을 즐겨 찾고 있다. 곳곳에 운동기구와 쉼터, 맨발 지압로 등을 갖춰 휴식을 취하기에도 그만이다.

종현산 숲길(2㎞)과 해안누리길(2㎞)은 총 4㎞ 구간으로 다양한 수종과 바닷가 비경을 구경하고 천천히 걷더라도 2시간이면 족하다. 울창한 숲길과 통영 바다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는 오감만족 트레킹 코스로 제격이다.

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