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련 법상 요건 못 갖췄는데도
- 구는 직장민방위 동원령 내려
- 노조 “법 위반·행정력 남용”

부산 금정구가 지역주택조합 관련 집회 참가자들이 청사로 진입하는 걸 막으려고 법적 근거도 없이 ‘직장 민방위 동원령’을 내려 논란이 인다. 공무원노조는 “명백히 법을 위반하고, 행정력을 남용한 것”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31일 금정구와 노조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9일 오후 2시 금정구청 앞에서 윤산마을지역주택조합이 주최한 집회가 열렸다.

경찰 추산 250여 명이 참가한 이날 집회에서 조합원들은 지난 13일 금정구에 제출한 조합 설립 인가 신청서가 거부(불가)당한 데 항의하며 구청장 면담 등을 요구했다. 애초 금정구청 정문에서 시작된 집회는 이후 조합원들의 청사 진입 시도로 이어졌다.

문제는 금정구가 청사 방호를 위해 직장 민방위 동원령을 내리면서 불거졌다. 이날 금정구 직장 민방위 소속 공무원 30여 명은 청사 입구에서 조합원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이미 방범순찰대, 여경 기동대 등 경찰력이 혹시 모를 마찰에 대비해 배치된 상태였지만 금정구는 직장 민방위까지 추가로 동원했다.

민방위기본법 시행규칙 제41조 ‘동원 요건’을 보면 민방위 동원령은 ▷적의 침공 ▷대공비 작전 ▷재난 등에 한정해서만 내릴 수 있다. 금정구가 청사 방호를 위해 ‘고육지책’을 썼다 하더라도, 이는 명백한 법 위반에 해당한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금정구지부는 성명을 내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청사 방호를 위해 경찰력이 청사 현관을 봉쇄했는데도, 위법한 동원령으로 직장 민방위대원을 동원했다”며 “민주사회에서 집회와 관련한 일에 민방위대원이 동원된다는 사실에 어느 누가 동의하겠는가. 금정구 민방위대가 주민으로부터 ‘구시대적 단체’로 비칠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금정구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금정구 관계자는 “최근 부산 북구청이 재개발과 관련한 집회 참가자들에게 점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체 방호를 해야 하는데, 총무과와 건축과 직원만으로 그 많은 집회 참가자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며 “실제 청사에 들어와 구청장실을 열어달라며 경찰과 승강이를 벌인 조합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우현 노조지부장은 “집회 참가자는 폭도가 아니라 지역 주민이다. 또 공무원은 집회를 막는 사람이 아니며, 이미 현장에는 경찰이 동원돼 있었다”며 “자의적 방식으로 민방위를 운영해선 결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심범 기자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