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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405> 염소노래와 트래지디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28 19:31:0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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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희극보다 희비극이란 단어가 익숙하다. 인생은 슬픔으로 이루어진 희극이라기보다 기쁨으로 이루어진 비극이라는 문장이 와닿는다.

염소노래처럼 슬픈 비극인 트래지디
고대 그리스에서 희극보다 비극이 먼저 생겼다. 니체가 희극이 아니라 ‘비극의 탄생’을 쓴 이유다. 3대 희극작가는 없지만 3대 비극작가는 있다. 이들이 쓴 작품 중 ‘안티고네’는 비극의 ‘끝판왕’이다. 그녀는 태생부터 비극이다. 오빠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남편이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자살한다. 아버지 오이디푸스는 아내가 생모였음을 알고 눈을 찔러 맹인이 된다. 안티고네는 방랑하는 아버지를 모신다. 아버지가 죽은 후 테베의 왕위를 놓고 다툼을 벌인 두 오빠는 서로를 죽인다. 안티고네는 한 오빠의 장례를 치르다 감옥에 갇히며 자살한다. 그녀의 약혼자도, 약혼자 엄마도 자살한다. 비극의 연속이다. 세익스피어의 작품들은 희극보다 비극이 유명하다. 4대 희극은 없지만 4대 비극은 있다. ‘로미오와 쥴리엣’은 여기에 없다. 두 남녀는 자신들이 아니라 두 가문끼리 오간 증오 탓에 죽었기 때문이다. 세익스피어 이후 비극은 주인공의 어리석은 탐욕 분노 질투 나태 무지 편견 가식 위선 등에 의해 일어난다.
희극은 현실을 풍자하며 저항토록 하지만 비극은 내면을 성찰하며 정화토록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비극을 설명하며 카타르시스라고 말한 대로다. 염소(Tragos)의 노래(Oide)가 비극(Tragedy)이라면 그 노래는 슬프게 우는 비가(悲歌)다. 염소의 삶도 인간의 삶처럼 희극보다 비극에 가깝기에.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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