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이 청정한 환경에서 살 주민의 권리를 보호하려고 주거지와 축산 농가의 이격거리를 확대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했지만, 축산농가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 의회의 반대로 부결됐다.

함양군의회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가축사육제한조례 개정안’이 함양군의회 상임위에서 만장일치로 부결됐다고 28일 밝혔다.

시의회 관계자는 “이 조례를 두고 청정한 주거 환경을 바라는 주민과 생존권 위협을 우려하는 축산농가 사이에서 첨예한 갈등이 빚어져 양자 간 합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주거밀집 지역 부지경계에서 가축사육 부지경계까지의 직선 거리를 확대하는 게 이 조례안의 골자다. 소·염소 축사는 200ｍ에서 400ｍ로, 닭·오리는 1000ｍ에서 1500ｍ, 돼지·개 축사는 800ｍ에서 1500ｍ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군은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 때문에 주민 민원이 잇따르자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군이 지난 1월30일 이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20일간 군민 의견을 수렴하자 축산농가의 반대가 이어졌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축사 신축과 증개축이 제한돼 낡은 축사를 현대화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다.

함양산청 축협 관계자는 “축산영농에 젊은 층이 유입되려면 소규모 축산시설의 증개축이 필요한데, 가축사육 거리제한 강화는 축산업을 포기하라는 뜻이다. 군의 인구 유입 정책과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군내 가축 사육이 늘어나면서 관련 민원이 지속해서 발생한다. 귀농·귀촌인과 마찰도 빚어지는 데다, 도민 식수원인 남강 상류 수질보호 차원에서도 거리제한 규정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례 개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함양군의회 관계자는 “4만 군민 모두 청정한 곳에 살고 싶어하는 게 현실이다. 축산농가와 군민이 상생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