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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치매 보듬는 사회 <3> 일본 데이케어센터 ‘꿈의 호수촌’

‘휠체어 타고가 걸어나오게’… 거동불편 노인 도움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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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우수 노인돌봄시설로 명성
- 수저까지 활용한 생활재활 실천
- 몸·머리 스스로 사용하게 만들어
- 전국 10여 개 지점·대만엔 수출

- 수중치료·요리교실 등 프로그램
- 스스로 일정 꾸려 인지기능 개선
- 안전한 보행 장애물 일부러 설치
- 중증 일수록 질환 개선율 월등

일본 야마구치현 깊은 산 속에 자리잡은 노인주간보호시설(데이케어센터) ‘꿈의 호수촌’. 도착하자 입구에 걸린 ‘인생의 현역 양성도장’이라는 현판부터 눈에 먼저 들어왔다. 현역에서 물러나 인생의 말년을 보내는 노인을 돌보는 데이케어센터가 현역양성소라니. 뿐만 아니다. 꿈의 호수촌은 돌봄시설로서 상식을 깬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최고 가치라 여겨지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장애물 없음)’가 이곳엔 없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이용자의 대부분인데 시설은 오히려 장애물을 더 놓았다. 바닥엔 일부러 단차를 만들었고, 복도나 각종 프로그램 교실에는 노인이 넘어지지 않도록 흔히 두는 보호대가 없다.

노인을 가혹하게(?) 대하는 이 시설은, 그런데도 일본 내 우수 노인돌봄시설로 각광받는다. 야마구치에서 시작한 꿈의 호수촌은 도쿄 우라야스 삿포로 가고시마 등 일본 전역에 10여 개 지점을 운영하며, 지난해에는 대만 ‘라이텍’이라는 광디스크업체에 데이케어 프로그램을 수출하기도 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일본 야마구치현의 작업치료형 데이케어센터 ‘꿈의 호수촌’에서 제빵교실에 참여한 어르신이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다. 이선정 기자
■돌봄보단 향상

꿈의 호수촌은 작업치료형 데이케어센터를 표방한다. 일상 활동을 치료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작업치료 프로그램을 가동해 치매 병증 완화 또는 향상을 지향한다. 단순한 돌봄을 넘어선 치료형 돌봄센터인 것이다. 보통 데이케어센터는 돌봄만 하고, 치료는 요양병원에서 담당하지만 이곳은 그러한 ‘영역’을 뛰어넘는다.

실내 입구엔 이용자의 시간 단위 스케줄이 빽빽이 기록된 보드판이 있다. 오전 9시에 ‘등원’한 노인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날 자신의 할 일정을 스스로 짜는 것이다. 마치 대학생이 스스로 수업을 설계하듯이 말이다. 수중치료 또는 마사지를 받거나 요리교실, 미술수업, 공예교실, 제빵수업, 영화감상 등 수많은 프로그램 중 그날 하고싶은 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

이날 센터를 찾은 노인은 모두 95명. 보드판에서 나가오 시즈카 할머니의 스케줄을 엿봤다. 오전 9시 등원해 바이탈 체크를 먼저 하고, 10시부터는 체조와 손 안마 등 압박물리치료를 받는다. 점심식사 시간을 지나 오후 1시30분에는 간단히 목욕을 하고, 오후 2시에는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오후 3시에는 수중마사지를 받고, 오후 3시30분부터는 영화관람을 한 뒤 귀가한다. 이용 노인이 주체적으로 일정을 꾸리게 함으로써 두뇌를 쓰며 인지 기능의 퇴행 속도를 줄인다는 취지다.

   
각 교실에는 수업이 한창이었다. 요리교실에서 열댓 명의 노인은 밀가루를 반죽해 모양을 빚고 숙성, 오븐에 넣는 제빵 작업을 했다. 벽면 한쪽에는 뇌졸중 등 여파로 손 한 쪽을 쓸 수 없는 노인이 만든 각종 요리가 사진으로 전시됐다. 요리교실은 이용 노인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 중 하나다. 단 이용료가 있다. 수업료가 500유메인데 ‘유메(夢)’는 꿈의 호수촌이 발행한 가상화폐다. 퀴즈를 맞추는 등 우수 활동을 하면 상으로 얼마씩의 유메가 주어진다. 이용자가 이 유메를 한 푼 두 푼 모아 원하는 프로그램의 수업료를 내는 방식이다. 가령 옛날 배우 사진을 여러 명 보여주고, 이들이 현재 누군지를 맞히면 30유메가 주어진다.

옆 교실 미술 수업에 참여한 야마모토 사토시 할아버지는 아주 정교한 그림을 그리는 중이었다. 놀랍게도 그는 한 쪽 손이 마비된 노인이었다. 이 밖에 도예교실이나 목공예 수업, 마사지, 웨이트 트레이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동시에 진행됐다.

교실 수업은 주로 경증 치매 등 일상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는 노인이 참가한다. 중증 치매 노인의 공간은 분리해 ‘삶의 보람 양생소’라는 곳에서 별도로 관리하는데, 원하거나 병증의 향상 기미가 있으면 ‘인생의 현역 양성도장’으로 건너가 수업을 받는다.

■‘뺄셈의 돌봄’ 지향

   
어르신이 스스로 짠 그날 일정이 기록된 보드판. 이선정 기자
꿈의 호수촌은 ‘뺄셈의 개호(노인요양)’를 지향한다. 보통의 노인요양시설은 직원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더해서)해주는데, 이곳은 노인이 할 수 없는 것에만 개입해 도와준다. 병증의 정도에 따라 자립이 가능한지, 의존적인지를 판단해 최소한의 도움만 준다는 원칙이다. 시설 내에도 여러 장애물을 만들어 일부러 이용자를 불편하게 하는데, 대신 안전상의 문제를 없애기 위해 ‘원 스텝 원 굿즈(One step One goods)’를 뒀다. 한 발짝만 가도 물건을 잡을 수 있도록 해 넘어지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복도에는 소파나 서랍 등이 곳곳에 배치돼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라도 한 발만 떼면 이런 물건을 잡아 넘어지지 않고 걸을 수 있다.

노인의 머리를 쓰고, 몸을 쓰게 하는 ‘작업치료’는 세심하게 이어진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직원이 설거지를 다 하고 나면 노인 스스로 자기 밥그릇과 국그릇, 수저를 챙겨 정리하도록 한다. 그릇과 숟가락, 젓가락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름표가 붙어 있다. 심지어 노인을 실어나르는 셔틀버스도 매일 달리 배차한다. 자신이 탈 차의 번호판을 매일 달리 외우게 하는 것이다. 치매 노인은 숫자에 약한 대신 색은 쉽게 인지한다는 점을 활용, 배차 셔틀버스 안내판에는 다양한 색이 붙어 ‘오늘은 노란색’ ‘오늘은 파란색’ 식으로 암기하고 인지하게 한다.

꿈의 호수촌 후지와라 시게루 대표는 “몸과 머리는 쓰지 않으면 퇴화하므로 생활용품을 다 활용해 온 몸을 쓰면서 이동하고, 밥을 먹으며, 수업을 듣도록 시설을 설계했다”며 “이런 시도가 병증 개선 효과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5~2007년 일본 지역케어정책네트워크의 ‘초기 시설 이용 대비 질환 개선율’ 연구에 따르면 1~3등급에서 향상율이 일본 전국 시설 평균보다 높았으며, 특히 요양 등급이 높아질수록(중증으로 갈수록) 개선 격차는 큰 폭으로 치솟았다. 1등급(가장 경증)은 꿈의 호수촌 개선율이 29%로 전국 평균(21.7%)보다 높았으며, 2등급은 50%(전국 평균 10%), 3등급은 76.9%(전국 평균 11.5%)나 됐다. 전국 평균과의 격차가 1등급 7.3% 포인트, 2등급 40% 포인트, 3등급 65.4%로 중증일수록 개선도 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일본 야마구치=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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