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추행 여부와 양형을 놓고 뜨거운 논란이 됐던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이 22일 열렸다. 이날 검사와 피고인 측은 직접 피해 여성을 증인 심문하고 CCTV 동영상을 다시 돌려보는 등 3시간 가까이 치열한 막판 법정 공방을 펼쳤다. 1년 넘게 법정 안팎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이번 사건의 항소심 결과는 다음 달 나온다.

　부산지법 형사3부(남재현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날 결심 공판에서 검사는 징역 6월을 선고한 1심의 양형이 무겁지 않다며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A(39) 씨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A 씨 변호인은 “A 씨는 여성을 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항소심 개시 이후 피해 여성 B 씨가 처음 증인으로 참석해 1시간25분간 비공개 심문을 받았다. 이후 A 씨 심문이 이어졌다. 검사는 사건 당시 상황과 이후 수사과정에서 진술 내용 등을 집중 추궁했다. 또 A 씨 가족이 인터넷 게시판에 B 씨가 합의금을 요구한 것처럼 올린 글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B 씨의 진술과 CCTV 동영상을 놓고도 뜨거운 공방이 이어졌다. 검사는 “B 씨는 1, 2심에서 오른쪽 엉덩이를 움켜잡혔다는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했고, 신고 경위도 자연스러워 공소사실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CCTV 앞에서 추행할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그런 사실도 없는데 무고할 사람은 더 없다”며 B 씨 진술의 신빙성을 주장했다.

　그러자 A 씨 변호인은 “B 씨는 추행부위를 진술할 때마다 엉덩이, 허벅지, 다리 사이 등 진술이 매번 엇갈리고 있다”며 “불안정한 기억에 따른 표현의 변경으로만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며 반박했다. 이어 “당시 이 일로 패싸움 직전까지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으면서 부담을 느낀 B 씨가 자신의 진술 내용을 보강하거나 추가했을 가능성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식당 내 CCTV 동영상을 놓고도 양 측의 의견은 엇갈렸다. 검사는 A 씨가 B 씨의 뒤쪽으로 지나가며 교차하는 순간 뒷짐진 손을 앞으로 모으면서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봤다. 검사는 “손을 뒤에서 앞으로 옮길 때 왼팔은 몸통에 밀착해 있지만 오른팔은 바깥쪽으로 뻗어있다”며 “A 씨의 시선과 몸의 움직임, 손의 방향을 봤을 때 추행을 했다는 합리적 의심은 배제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A 씨 변호인은 “이 동영상을 3D 입체 동영상으로 재구성한 영상전문가도 A 씨의 팔을 가장 바깥쪽으로 뻗었을 때도 B 씨에게 닿지 않는다고 분석했다”면서 “A 씨가 B 씨를 지나치는 시간은 1.333초이다. B 씨가 주장하는 범행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사는 B 씨를 인지한 상황이라면 1.333초가 기습추행에 부족한 시간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최후변론에서 검사는 “이번 사건이 국민청원 등에 게시되면서 피해자는 무고를 하고 1000만 원을 요구한 꽃뱀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합의금 요구는 없었다”며 “피해자는 현재 얼굴마저 공개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심리치료를 받는다”며 B 씨의 불안한 상태를 언급했다.

　이어 “1심에서 피고인은 변호인을 통해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받았고, 재판부는 법정에서 양 당사자의 진술을 직접 들은 뒤 고심 끝에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법정 밖에서 마치 법원이 어떠한 결심을 하고 판단한 것처럼 주장해 피고인은 동정을, 피해자는 원색적 비난을 받고 있다”며 “여전히 A 씨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항소 기각을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A 씨 변호인은 “B 씨가 A 씨를 무고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교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우연한 신체접촉으로 여기까지 온 것일 수 있다”며 마지막 변론을 시작했다. 그는 “이번 재판이 합리적 의심 없이 ‘가능성’만으로 범행을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당시 B 씨의 피해 주장으로 험악해진 상황에서 스스로 수습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고약한 사건에 휘말려 B 씨도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았겠지만, 검사의 입증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피고인 A 씨도 “1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너무 억울하고 힘들어하는 가족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1심 판결이 알려지면서) 재판부에 누를 끼친 행동에 대해서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6일 오전 9시 50분에 부산지법에서 열린다.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 실형을 선고받은 A씨는 38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