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어난 사업비 반영 늦어지고
- 도시관리계획 승인도 아직 안 나
- 준공일 2022년 말로 3년 연기
- 절차 지연 땐 이 마저도 불투명

부산의 기초단체 중 유일하게 전담 치안기관이 없는 수영구에 경찰서를 건립하는 사업이 오랫동안 표류하고 있어 치안 서비스의 질 하락이 장기화할 우려를 낳는다.

부산경찰청은 사업비 조정과 도시관리계획 승인 절차가 지연돼 수영경찰서의 개서 목표 시기를 2022년 말로 연기한다고 20일 밝혔다. 수영경찰서는 도시철도 3호선 망미역과 망미초등학교 사이 부지(8856㎡)에 지하 1층, 지상 6층, 연면적 9785㎡ 규모로 지어질 계획이다. 부산경찰청은 애초 올해 말까지 공사를 마치고 문을 열 계획이었으나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3년이나 지연되게 됐다.

부산경찰청은 총 285억 원을 들여 수영경찰서를 짓기로 하고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 승인까지 받았다. 그러나 부지 내에 있는 국군복지단 해운학사의 철거 비용 등으로 인해 사업비가 45억8000만 원이나 늘었다. 이에 부산경찰청은 지난달 경찰청에 사업비를 증액해줄 것을 요청했다. 경찰청은 이달 중으로 기획재정부에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승인 여부가 불투명하다.

도시관리계획 승인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영경찰서가 들어설 부지는 현재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연면적 3000㎡ 이상 규모의 공공청사를 건립하려면 지자체에 교통영향평가와 사전 재해 영향성 검토를 포함한 도시관리계획을 승인받아야 한다. 하지만 건립 예정지가 외진 곳에 있어 교통환경이 좋지 않아 교통영향평가 작업이 복잡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교통영향평가가 지연되면서 청사의 실시설계 용역도 늦어져 전체적으로 사업 진행이 더디다”고 말했다.

수영경찰서 건립이 지연되면서 주민의 불편은 커지고 있다. 1995년 남구에서 분리된 이후 24년 동안 수영구의 치안은 남부경찰서가 7개 동, 연제경찰서가 3개 동을 각각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남부경찰서와 연제경찰서 업무에 부하가 걸려 치안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부산 전체를 기준으로 경찰관 1명이 담당하는 인구는 평균 390명이지만, 수영구·남구·연제구를 관할하는 경찰관은 평균 517명의 주민을 담당해야 한다. 수영구 주민은 교통사고 처리나 고소장 제출 등 경찰 업무를 볼 때 큰 불편을 겪는다. 수영구 역시 경찰 협조가 필요한 경우 2곳의 경찰서와 별도로 치안협의회를 진행해야 하는 등 행정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부산경찰청은 수영경찰서 건립 시기를 최대한 앞당긴다는 방침이지만 행정 절차가 더 지연되면 2022년 개서 목표마저도 불투명하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시민에게 더 나은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수영경찰서 건립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류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