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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치매 보듬는 사회 <2> 부족한 노인돌봄시설

사립 ‘노치원’(치매노인 돌보는 노인유치원) 140곳으론 한계…시설 늘려 쉽게 이용케 해야

  • 국제신문
  • 이선정 기자
  •  |  입력 : 2019-03-20 19:56:29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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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봄시설 공공형 없고 민간 운영
- 노인요양보험 수가 수입 의존
- 최저임금 오르자 운영난 호소

- 선진국은 소규모 보호시설 주력
- 서울시는 인증시설에 예산 지원
- 부산, 시립돌봄센터 설립 필요

지난 4일 오전 부산 금정구 부산가톨릭대 내 라파엘노인데이케어센터 4층 강당에 노인 30여 명이 건강박수 체조에 나섰다. 손끝을 이용하거나 손등, 손바닥, 손목 등을 이용해 여러 차례 박수를 반복하는 신체활동이다. 박수 체조가 끝나고, 신문지와 휴지를 돌돌 말아 붙여 고래 그림을 완성하는 ‘반짝반짝 뇌운동’ 시간이 시작됐다. 종이를 뭉치고 풀칠하면서 손을 계속 쓰도록 유도해 인지 기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일부 중증 치매 노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웃고 수다도 떨어가며 미술활동을 벌였다.
   
지난 4일 오전 노인돌봄시설인 부산가톨릭대 내 라파엘노인데이케어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박수를 치며 건강체조를 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커뮤니티 케어 중심 데이케어센터

라파엘노인데이케어센터는 어르신을 위한 주간보호시설로 노인 유치원, 일명 ‘노치원’이다. 이곳 이용자(34명)의 80%가 치매를 겪는 어르신이다. 대부분은 경증 치매 노인으로, 오전 9시에 등원해 오후 4시까지 미술활동 같은 작업치료나 학습지 풀이, 마사지, 뜸, 파라핀을 활용한 손 관리, 공연 관람, 노인을 위한 실버체조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요즘 어르신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은 ‘VR(가상현실) 체험’이다. VR기기를 활용해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주문석(77) 할아버지는 “2번이나 뇌졸중으로 쓰러져 아직 손을 쓰는 게 자연스럽지 못한 데 총을 쏘며 새를 잡는 VR 게임을 많이 하다 보니 손놀림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치매 국가책임제’는 지역사회 돌봄 체계인 ‘커뮤니티 케어’를 지향한다.

커뮤니티 케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간보호시설(데이케어센터)이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격리하지 않고, 내 집에 살며 가까운 지역사회 시설에서 종일 돌봄을 받으며 치매 어르신과 그 가족의 삶의 질과 존엄을 높여준다는 게 커뮤니티 케어의 취지다. 국가가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지역사회 체계를 만들고자 한다면 1차적으로 데이케어센터 기능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장기요양기관인 데이케어센터는 각종 인지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 병증의 진행 속도를 완만하게 줄여주고, 무엇보다 돌봄이 가능해 가족이 경제활동을 그만두지 않아도 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경력단절이 되지 않도록 어린이집을 늘리듯, 치매 가족의 삶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노치원’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하는 어르신의 만족도는 높다. 라파엘데이케어센터 이용자인 김계남(90) 할머니는 “그 전까지는 집에만 멍하니 계속 있다가 1년 전부터 다녔는데 무료할 틈이 없다. 밥도 맛있고, 무엇보다 여기 선생님뿐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끼리 서로 챙겨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주간보호시설 인프라 열악

하지만 부산지역 노인주간보호시설 인프라는 열악하다. 지난 1월 기준 노인주(야)간보호시설은 부산에 총 140곳(장기요양 등급자 이용 기준)에 그쳤다. 인지 활동 프로그램을 하루 3시간씩 가동하는 치매안심센터가 생기긴 했지만, 이곳 센터를 포함한다 해도 150곳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어린이집(1890개소)이나 유치원(415개소) 등 어린이 돌봄시설이 2300여 개소인 것과 크게 대비된다. 주간보호시설 140곳의 총정원은 4085명, 현원은 2922명으로, 입소율은 71.5%다. 하지만 시설에 따라 이용자가 0명인, 등록만 된 유명무실한 데이케어센터도 있다. 더군다나 공공형은 한 군데도 없다. 사립대학인 부산가톨릭대가 운영하는 라파엘노인데이케어센터 한 곳만이 그나마 공공형에 가까운 정도다.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데이케어센터의 주 수입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가인데,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수가의 86.4% 이상을 요양보호사 인건비로 지출하라고 못 박은 데다 최저임금 상승까지 겹치면서 영세 데이케어센터가 운영난을 호소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지역본부 박삼식 장기요양1부장은 “10~20명 수준의 소규모 데이케어센터는 사실상 버티기 힘들다”며 “인건비 기준을 맞추지 못한 탓인지 연말 평가 즈음에는 폐업 신고를 하는 시설이 많다”고 말했다.

소규모 데이케어센터가 버티기 힘든 구조는 커뮤니티 케어 방향에 역행한다는 뜻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어르신이 내 집 가까운 곳에서 마실 가듯, 돌봄을 받도록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이 ‘치매 국가책임제’의 목표인데 그 기능을 수행할 보호시설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일본 등 선진국은 오히려 이용자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소규모 보호시설 확충에 주력하는 추세다.

■서울은 시비 보조

데이케어센터 활성화를 위해 시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부산지역 데이케어센터(장기요양 등급자 이용 기준)는 건보공단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가로 운영되지, 별도의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지는 않는다. 서울은 다르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서울형 어르신돌봄시설 인증제’를 운영해 인증심의를 통과한 데이케어센터에 수천만 원의 연간 보조금을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전체 391개 데이케어센터 중 인증을 통과한 192개소에 시설당 1100만~7000만 원, 총 115억 원의 인센티브를 줬으며, 올해는 대상을 209개소 120억 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르신돌봄시설의 서비스 품질을 상향표준화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과는 별개로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시비를 지원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가톨릭대 한정원(노인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데이케어센터에 운영비 일부만 보조해줘도 프로그램 수를 늘리는 등 양질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훨씬 더 수월해질 수 있다”며 “보험 수가 영역이란 점을 들어 건보공단 책임이라고만 방치하지 말고, 지역사회 돌봄 체계 확립한다는 차원에서 시가 데이케어센터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시립 데이케어센터가 설립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공립 시설은 수익에 급급하지 않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요양보호사 등 어르신 돌봄 인력을 직접 고용, 공공적으로 운용하는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선정 기자

◇ 부산지역 노인요양서비스 지원기관 현황 (자료:부산시·올해 1월기준)

급여구분

시설유형

기관수

이용자수

주요 내용

정원 

현원

입소율

시설
급여

노인요양시설(요양원)

89

5945

4862

81.8%

시설 입소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20

173

151

87.3%

재가
급여

주야간보호

140

4085

2922

71.5%

종일 프로그램 참여

단기보호

2

22

0

0

시설 입소

방문요양

825

-

-

 

가정방문

방문목욕

592

-

-

 

방문간호

30

-

-

 

복지용구

125

-

-

 

구입·대여

※등급외자 이용가능 주야간보호시설은  부산에 4곳 (시비 4억 원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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