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기장군의회가 군의 미세먼지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해 그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군이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지역 의회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고 반발하자 군의회는 “군 측이 보여주기 식 행정을 하고 있다”며 맞섰다.

20일 기장군에 따르면 군의회의 미세먼지 관련 예산 삭감이 문제가 된 것은 지난 11일 오규석 군수 주재로 진행된 주간업무보고회 때다. 당시 오 군수는 “나라 전체가 미세먼지와 전쟁인데 군의회는 군민이 미세먼지를 마시면 어쩌라는 거냐. (지역을) 미세먼지 천국으로 만들려는 거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군의회의 2019년도 본예산 심의 때 군이 올린 ▷미세먼지 파수꾼 양성교육 ▷미세먼지 오염원 감시단 ▷미세먼지 전광판 설치 ▷어린이집 미세먼지 신호등 설치 등 4가지 사업 예산 1억500만 원이 전액 삭감됐다. 이에 오 군수가 “(미세먼지와 관련해) 제일 중요한 게 주민 교육인데 그런 예산을 다 자르면 되느냐” “미세먼지 대책이 필요 없다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사태가 알려지자 군의회 측은 “당시 예산만 삭감한 게 아니다”며 “미세먼지 관련 조례와 미세먼지 저감 대책 마련을 위한 용역비 5000만 원이 함께 올라와 통과시켰다”고 해명했다. 이어 군의회 측은 군이 정상적인 업무 처리 과정을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통상 조례가 통과된 뒤 그에 근거해 관련 사업안과 예산을 군의회에 올려 승인받는데, 이번 미세먼지 관련 심의 요청 건은 조례의 통과 여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 심의가 요청돼 조례의 필요성을 희석했다는 것이다. 또 군이 예산 요청한 사업 대부분이 실질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일 조치가 아니라 보여주기 식이었다고 군의회는 비판한다. 황운철 의장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며 “군이 이런 점을 고려해 예산 쓴 티가 바로 나는 사업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에 군의회는 군이 승인된 미세먼지 저감 용역을 통해 지역 실정에 맞는 사업을 발굴한 뒤 관련 예산을 요청하면 타당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군 측은 “의회가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심각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오 군수는 “주민들은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도 못하고, 마스크를 쓰고 겨우 바깥에 나설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다”며 “그래서 미세먼지 상태를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신호등과 전광판을 설치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군의원들은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모르는 이가 없고, 디지털 기기로 미세먼지 수준을 체크하기 쉬운 시대에 굳이 그런 부분에 예산을 먼저 투입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