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각 “선거때 표계산 속내” 지적

부산시가 경로당에 지급된 보조금의 사용 실태를 점검해 환수하려고 하자 대부분 구·군에서 “어르신을 범법자로 만들려고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와는 달리 “단체장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속내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시는 지난 1월 25일 부산지역 전 지자체에 “최근 5년간 경로당에 지급된 냉난방비, 운영비 등 보조금의 집행 실태를 점검해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자료 제출 기한은 지난 15일까지였는데, 시에 조사 결과를 낸 기초단체는 중구뿐이었다. 시는 “경로당 수가 많은데 조사 기간이 한 달여에 불과해 구·군이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상은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반발을 걱정해 보조금 환수 규모를 줄일 방법을 찾느라 자료 제출을 늦춘 것이다. 한 구·군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지적된 사항 대부분은 보조금을 집행하지 않고 적립하거나, 냉난방비를 운영비로 쓴 경우였다”며 “적립한 돈으로 경로당에 필요한 고가 물건을 사거나, 여행을 가기도 했지만 관행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인들이 보조금을 사용할 때 주의사항을 잘 몰라 관행적으로 사용해왔는데, 갑자기 조사를 하고 돈을 환수하겠다고 하니 ‘가만히 있는 노인을 범법자로 만들려는 거냐’며 분노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부분 구·군은 조사 시작 시점인 2014년 이전의 보조금이 이월된 것을 부적절하게 집행한 경우는 환수 사례에서 제외하거나, 2018년 12월에 지급받아 2019년 1월에 사용한 경우는 배제하는 등 환수액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부산 동구는 냉난방비 등을 운영비로 돌려 쓴 사례는 환수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워 반납 계획 액수가 ‘1190원’에 그친다. 반대로 서구는 환수 계획액 5193만8187원 중 이미 5043만200원을 환수해 시의 지침에 충실하고 있다. 환수액이 최소 3억 원으로 예상되는 부산진구나 수억의 금액을 반납받아야 하는 기장군 등은 어르신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해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고령층의 ‘표심’을 잃을까 우려하는 단체장을 의식해 공무원이 원칙 대신 이 같은 ‘인간적인 접근’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구·군 관계자는 “환수 조치가 어르신들의 강한 불만을 사고 있어서, 차후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그러니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