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상 치료 등 활용안 마련 숙제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 도입을 꺼리던 부산시(국제신문 지난 1월 17일 자 9면 등 보도)가 전격적으로 치료기 도입을 결정했다.

시는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 도입을 위해 내년도 본예산 편성 때 관련 예산을 반영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대형 화재·화학 사고 발생 시 치료기 부족으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부산에서 유일하게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를 운영하던 위한병원이 폐업 절차를 밟으면서 시 차원에서 치료기 도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위한병원이 문을 닫으면서 부산대, 고신대가 보유한 1인용 고압산소치료기 2대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시는 지난 1월 부산의료원에 고압산소치료기를 설치하기 위해 2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예산 문제로 한 번에 여러 사람이 치료받을 수 있는 다인용 치료기가 아닌 1인용 치료기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지역 의료계의 아쉬움을 샀다.

그러던 시는 지난달 25일 열린 응급의료위원회 이후 입장을 바꿨다. 위원회에서 응급의학과 교수 등은 시가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를 설치하고 이를 운용할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당위성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전문가 지적이 잇따르자 시는 결국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시의 결정으로 치료기 부족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고압산소치료기는 화재와 화학사고 환자는 물론 당뇨 합병증과 화상 치료 등에 널리 쓰이는데, 의료계와 시의회 등에서는 치료기를 일상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위한병원이 폐업하면서 당뇨 합병증 등을 앓는 부산 환자들이 경남까지 가서 치료를 받는 등 불편함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의회 김민정 의원은 “다소 늦었지만 시가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많은 돈을 들여 확보한 치료기를 모셔둘 게 아니라 당뇨 합병증 환자 등에게 널리 사용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치료기를 설치할 병원이 정해지면 병원 측과 협의해 일상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