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검 “엄중히 대응” 경고
- 노조 “불리함 알고도 그러겠나”

부산항운노조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조직적인 수사 방해 정황이 보인다”며 수사 개입 사실이 확인될 경우 신분을 막론하고 엄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박승대 부장검사)는 25일 “항운노조 측에서 조직적으로 검찰 수사에 대응하거나 수사에 개입한 정황이 보여 우려스럽다”며 “방어권 차원을 벗어나는 증거인멸 행위, 허위진술 교사 등에 대해 신분 여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검찰은 지난 14일 압수수색 등으로 수사를 공식화하기 전부터 항운노조가 소환에 대비한 노조원 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에도 항운노조 측이 조합원에게 ‘검찰 번호로 전화가 오면 받지 마라’ ‘소환 요청이 오면 상부에 보고하라’ ‘검찰의 소환 요청을 무시하라’ 등과 같은 지침을 내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실제 수사 과정에서 허위진술을 하도록 하거나 진술을 번복하도록 회유한 사례를 확인했다. 또 조합원의 소환 조사 때 간부인 반장급 조합원이 동행하고, 조사를 마치면 데려가는 사례도 확보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드러난 취업 관련 금품 수수가 개인 일탈에 불과하다면 노조가 조직적으로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행동이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를 억압·왜곡하거나 사법적·실체적 발견을 저해할까 우려스럽다”며 “자수·제보한 사람은 최대한 선처하고 수사 개입 땐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검찰은 구속 상태이던 조합원이 수사에 협조하자 지난 23일 석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항운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교육을 시키면 오히려 불리하다는 사실을 뻔히 아는데, 노조 차원에서 대응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검찰의 무작위 소환으로 현장마다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수사가 장기화 하면 오는 5월에 있을 항운노조 위원장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검찰이 항운노조 수사 과정에서 외부 개입 의혹을 제기하자 지난 6년 동안 항운노조 고문 변호사를 맡았던 홍모 변호사가 사임 의사를 밝혔다. 부산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인 홍 변호사는 2005년 부산항운노조 수사 당시 부산지검 사상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인 31명을 구속해 ‘올해의 검찰 특수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2013년 검사를 그만둔 그는 이듬해부터 항운노조 고문 변호사를 맡아 오다가 최근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