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랑 인근 경작·식당 영업 등
- 9만7000㎡ 걸쳐 불법 횡행
- 구, 공식측량 후 회복명령 계획

21일 낮 12시 부산 금정구 남산동 부산외대 앞. 학생을 비롯한 여러 손님이 끼니 해결을 위해 한 ‘노포’를 찾았다. 부산외대가 가게 인근으로 캠퍼스를 옮긴 뒤에는 학생들이 즐겨 찾는 대학가 술집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이 식당이 들어선 땅의 소유주는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해 온 식당 주인이 아니었다. 국토부 소유의 땅, 즉 국유지였다. 식당 주인은 임대 계약이나 식당 영업 신고도 없이 공짜로 땅을 점유한 채 ‘불법 영업’을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관할 지자체인 금정구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토지 소유주를 확인하기 전까지 이 노포의 ‘정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

금정구에 따르면 구의 국·공유지 관련 지적 조사가 이뤄진 것은 일제강점기인 1910년이다. 109년이 흐른 지금은 지형 자체의 상태가 많이 변한 데다 단속 인력의 한계 등으로 인해 국·공유지를 무단으로 점유해 불법으로 악용하는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주민 신고 없이는 어느 구역에서 어떤 형태의 불법 행위가 일어나는지 알기 어려웠다.

행정 조치를 하는 데에도 적극적일 수 없었다. 무단 점용 사실을 적발하면 구는 당사자에게 원상회복 명령을 내리고 변상금을 청구한다. 3차례의 명령에도 불응하면 경찰에 형사 고발한다. 법에는 원상회복에 필요한 기간으로 ‘회복하기에 충분한 기간’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통상적으로 6개월이 걸린다. 금정구가 국·공유지 무단 점유자를 경찰에 고발한 것은 지난해 2건, 2017년 4건에 그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정구는 2017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구 내 국·공유지 무단 점유 실태를 전수 조사했다. 부산의 기초지자체 중 국·공유지 무단 점유 실태를 전수조사한 것은 금정구가 처음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금정구에는 약 9만7000㎡에 걸쳐 1548건의 국·공유지 불법 점유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단 점유가 가장 빈번한 곳은 금정산에 있는 마을인 금성동(399곳·1만597㎡)인 것으로 드러났다. 면적으로 보면 두구동(239곳·3만665㎡)에서 무단 점유가 가장 횡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공유지의 도랑 인근에서 불법 경작지를 개척한 사례가 가장 많다고 구는 설명했다. 구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오는 7월부터 한국국토정보공사에 공식적인 측량을 의뢰할 계획이다.

금정구 관계자는 “공식 측량이 완료되면 적발 사안에 대해 일괄적으로 원상회복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