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계획 심의 의무 없던 행사”
- 전문성 갖춘 안전요원도 없어
- “불 끌 때 통제 제대로 안돼 위험
- 매년 하는 행사… 매뉴얼 있어야”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에서 달집 태우기 행사 중 운영요원과 시민이 부상을 당한 사고(국제신문 20일 자 8면 보도)에 대해 관할 구청이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해 비난을 사고 있다.

해운대구는 20일 “지난 19일 사고가 난 달집 태우기 행사는 민간단체인 ㈔송정문화관광발전협의회(이하 협의회) 주최로 진행돼 사고의 책임이 구에 없다”고 밝혔다.

구는 달집 태우기 행사에 3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였기 때문에 안전관리계획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3000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의 경우 주최 측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보고하면 관할 구가 소방, 경찰 등과 이를 심의 또는 검토할 의무가 있다. 사고가 난 행사는 규모가 작아 안전계획을 심의할 의무가 없다는 게 구의 주장이다.

실제 행사 전 송정동주민센터에는 ‘행사 주최 측의 안전관리계획을 검토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구청에 발송했으나, 구는 “협의회가 안전관리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 제출을 강제할 의무가 없다”며 해당 서류를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와 주민센터 모두 안전관리계획 검토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행사 주최인 협의회가 해당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지 않은 셈이다.

해운대구가 ‘책임 회피’ 명분으로 내세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정해수욕장 행사와 같은 날 열린 해운대해수욕장 달집 태우기 행사는 애초 3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해운대지구발전협의회가 제출한 안전관리계획이 구의 심의·검토를 받았다. 그러나 해당 계획 대부분이 행사 관리 인력과 도로 관리 관련 내용일 뿐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석유 등 화기류 관리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또 계획서상에 명시된 행사장 내 안전관리요원도 주최 측이 선정한 민간단체의 회원일 뿐 전문성을 갖춘 이는 없었다. 구가 민간에 행사를 일임하고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주최 측에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행사에 참여한 한 주민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에서 화기류 관리가 엉망이었다. 사고가 난 뒤 민간 진행요원은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며 “자칫 추가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행사 안전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풍등 때문에 저유소가 폭발한 사고 이후 각 지자체는 풍등 관련 안전 매뉴얼을 세밀하게 마련했다”며 “매년 열리는 달집 태우기 행사도 관련 매뉴얼을 마련하고 지자체가 안전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