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 5월까지 주변정비 완료 계획
- 상인들 “협의없이 일방적” 반발
- 주말 영업 단속 때 충돌 가능성

폐쇄 위기에 놓였던 부산 서구 구덕골문화장터(국제신문 지난해 2월 13일 자 10면 보도)가 결국 문을 닫는다. 지난 20년 동안 자리를 지켜 온 상인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구덕골문화장터의 폐쇄를 알리는 현수막.

서구는 오는 23일 구덕운동장 옆 보수대로 쪽 인도에서 열리는 구덕골문화장터를 단속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서구는 이에 앞서 ‘2019년 2월 18일부터 구덕골문화장터 운영을 하지 않습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장터가 열리는 거리 일대에 내걸었다.

구덕골문화장터는 ‘부산의 인사동 거리’를 표방하며 1999년 문을 열었다. 상인들은 당시 구덕운동장과 야구장 담벼락을 배경으로 주말마다 200ｍ가량 노점이 늘어서는 골동품 정기 시장을 만들었다. 서구는 2003년 ‘구덕문화의 거리’ 조성 계획에 따라 장터 일대를 서울 인사동 거리처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고, 상인협의회에 예산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최근까지도 30개가량의 점포가 동양화 청자 놋그릇 등 골동품과 오래된 서적 등 전통민속 물품까지 판매하며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다. 그러나 장터가 폐쇄된다는 소식에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상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상인협의회 서철수 총무는 “시작부터 상인들이 스스로 노력해 장터를 알렸는데, 이제 와서 우리를 무시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상인은 “지금까지 무허가로 장사를 한 것도 아니고 서구와 협의할 당시 사업 종료 기간을 정한 것도 아니었다”며 “아무런 대책이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나가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구는 구덕골문화장터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아져 사업을 종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장이 서는 날에는 상인들이 도로변에 불법 주차를 하는 바람에 시내버스가 정류장에 맞춰 정차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우리나라 고유의 골동품을 사고팔던 시장에서 최근에는 중국산 등 제품이 팔리기도 하고, 품질이 나빠 구청에 민원이 많이 들어온 탓에 폐쇄 결정을 내렸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서구 관계자는 “각종 민원이 들어와 예전부터 장터를 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구덕체육공원이 완공돼 기존 담벼락이 사라지는 등 주변 환경도 바뀌어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터 폐쇄를 놓고 구와 상인 간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구는 오는 23일을 시작으로 4월까지 관계 기관과 합동 단속을 실시해 5월까지는 주변 정비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상인들은 영업을 강행하겠다고 맞선다.

상인협의회 박상갑 회장은 “대체 부지 이야기도 나왔지만 구에서 부지를 마련한 것이 아니라 상인들에게 직접 물색을 하라고 했다. 상인 대부분 고령이어서 장터가 문을 닫으면 앞길이 막막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