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간 유적 변화 반영 안 돼
- 발굴·보존·활용 방안 찾아야”
- 교육목적 관광 교류 제안도

3·1절 100주년을 맞아 국외 항일 운동 중심지였던 중국 만주 일대를 재조명하고 부산과 교류하는 물꼬를 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신문이 기획 시리즈 ‘다시 만주를 주목하다’(국제신문 지난 1일 자 7면 등 보도)를 통해 알린 만주 일대의 항일운동 유적지 등지를 보존하고 이를 다양하게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20일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동북3성 항일유적지 재조명과 교류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는 부산시교육청과 공동으로 20일 오후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동북3성 항일유적지 재조명과 교류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동북3성은 만주지역에 위치한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을 말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중국 랴오닝성에서 활동 중인 한중문화콘텐츠연구소 안상경 소장은 ‘만주 일대 독립운동과 항일유적지 관리 실태, 보존과 활용방안’을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섰다. 안 소장은 “만주에는 1800년대 중반부터 7만 명가량의 조선인이 정착했고, 1910년대부터는 수많은 우국지사가 망명해 와 독립운동의 중심적 역할을 했다”며 “1920년대 독립군의 맹활약, 1930년대 한중연합 투쟁도 만주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립군의 활약에 일제는 이른바 경신참변으로 만주지역 조선인 3400여 명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안 소장은 만주지역 항일유적지의 현황을 분석하고, 이를 보존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만주는 국외 항일 투쟁의 중심지여서 수많은 항일유적지가 흩어져 있다. 동북3성의 독립운동 시설은 국가보훈처 통계로는 37개소, 독립기념관 기준으로는 173개소다. 보훈처는 건물 기념비 표지석 등을 중점 시설로 간주하고, 독립기념관은 전적지 순국지 등 형태가 없는 사적지도 통계에 포함돼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안 소장은 이보다 더 많은 유적이 한국 정부의 실태조사에 포함되지 못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실태조사는 2000년대 초반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마지막이라 최근 20년간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관리도 잘되지 않아 길을 내는 과정에서 비석이 뽑히거나 화재로 소실된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뜻있는 한국인 기업가 등 민간에서 유적을 발굴하고 개·보수하지만 한계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종합 토론에서는 유적 발굴뿐만 아니라 만주의 항일 유산을 교육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랴오닝성에서 역사 유적지 발굴과 교육 사업을 하는 안청락 상익그룹 회장은 “항일 역사 유적지의 70%가 중국에 있고, 이 가운데도 상당 부분이 만주지역에 산재해 있다”며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이를 발굴·보전하고,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부산 학생이 이곳을 방문하고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혜광고 안환 교사는 “30년 동안 역사를 가르쳤지만 동북3성에 가볼 기회가 없었다. 지난해에서야 사비로 가봤다. 발을 딛는 것 자체로 뭉클하고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던 기억이 있다”며 “우리 학생이 이곳을 방문한다면 큰 공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견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토론자로 나선 임규찬 작가는 “우리가 간다면 중국 당국의 견제는 없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대해 안 소장은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지만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다. 중국 정부도 한국 관광객이 많이 오는 것을 바랄 것”이라며 “정치적 내용을 담은 현수막만 펼치지 않으면 큰 문제 될 것 없다”고 말했다. 국제신문 이노성 전략기획실장은 “부산에도 안중근 의사의 친동생인 안루시아 여사 등 유공자 서훈을 못 받는 분이 많다. 동북3성에는 더 많을 것”이라며 “이런 숨겨진 유공자가 빛을 볼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