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제 위원이 만든 모범답안
- 면접서 그대로 읊어 꼬리 잡혀
- 교수 해임·공모한 직원도 정직

부산지역 한 의과대학 교수가 자신이 재직한 의대에 아들을 편입시키려고 면접시험 문제를 빼돌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마치 최근 종영한 TV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나온 내용처럼 대를 이어 의사를 하려는 욕심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서부경찰서와 학교법인 고려학원은 고신대 산부인과 교수 A(56) 씨가 의대 편입 면접시험 문제와 답을 아들에게 미리 알려준 혐의가 인정돼 지난 12일 해임 조처했다고 19일 밝혔다. 문제 유출을 도와준 고신대 직원 B(42) 씨는 징계위원회에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고신대 관계자는 “교원이 자녀 입학을 위해 부정을 저지르는 건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교수가 직원과 공모해 시험 문제를 유출하는 행위에 대해선 엄벌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난해 1월 26일 의대 편입 전형을 관리하는 직원 B 씨와 짜고 면접시험 문제와 답을 몰래 빼낸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는 전날 출제위원들이 낸 9문항과 모범답안을 의대 건물 1층 게시판과 벽 틈새에 끼워놨고, 이후 A 씨가 이를 찾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이를 아들에게 전달했고, 아들은 같은 날 오후 치러진 면접시험 때 미리 외운 답안대로 답했다. 면접시험은 면접관 교수 2명이 한 조를 이뤄 지원자에게 질문하는 형식으로 치러졌다. 그런데 A 씨의 아들은 모범답안에 적힌 그대로 대답해 면접관의 의심을 샀고, 고신대 측은 문제 유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불합격 처리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고신대 의대 내 CCTV 11대의 영상을 모두 분석했다. 또 A 씨와 아들, B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경찰은 이런 과정을 거쳐 B 씨가 ‘게시판에 넣어두었습니다. 확인하세요’라고 하자, A 씨가 ‘네’라고 답한 문자메시지 등 증거를 확보해 혐의를 입증했다.

이처럼 A 씨의 비리는 경찰 수사에서 모두 확인됐지만, 검찰은 비교적 가벼운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하는 데 그쳐 적절성 논란도 인다. A, B 씨의 자백까지 받아낸 경찰은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이후 검찰은 A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법원에 정식 공판을 거치지 않고 서면 심리만으로 재산형을 부과해 달라고 청구하는 것이다. 그러자 오히려 법원은 지난해 11월 이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겼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김경수 공보판사는 “검찰 결정대로 별다른 재판 없이 벌금형만 부과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