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가구·고령화 영향으로 증가
- 북구 등 6개 구 체계적관리 시도
- 다른 구·군은 간접 지원하거나
- 민간 봉사단체 활동에 의존
- “시 차원서 관리·지원해야” 제기

가구나 가전제품부터 음식물 쓰레기까지 버리지 않고 집안에 모으는 이른바 ‘저장 강박’ 증세를 보이는 시민이 늘고 있다. 부산지역 각 구·군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저장 강박증을 앓는 주민을 지원하고 있지만, 대처 방식이 제각각인 까닭에 시 차원에서 규정을 마련해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평소 저장 강박증을 앓던 70대 노인의 집(부산 동구 수정동)에서 1ｔ 트럭 7대 분량의 쓰레기가 나와 주변을 놀라게 했다. 북구 덕천동의 한 임대주택에서는 75ℓ들이 쓰레기봉투 100개, 100ℓ들이 봉투 50개 분량의 쓰레기가 나왔다. 1인가구가 급증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저장 강박증을 보이는 이를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부산 북구 등 6개 구는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편성해 구 차원의 관리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나머지 구·군은 사회복지 차원에서 간접적으로 접근하거나 민간 봉사단체에 의존하는 수준에 그친다. 사회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더라도 저장 강박 증세를 보이는 주민 주거지 청소를 위해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기초수급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아니면 지원할 수 없다. 저장 강박 세대의 청소를 도운 자원봉사자에게도 간단한 도시락조차 제공할 수 없는 실정이다. 조례를 제정해 나름의 체계적 관리를 시도하는 구에서도 예산 마련 등에 어려움이 뒤따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시는 저장 강박증을 앓는 시민의 사례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거나 담당 부서와 공무원을 둘 계획이 없다.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전국 최초로 관련 조례를 제정한 부산 북구의회 김효정 의원은 “시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현장을 조금만 둘러보면 얼마나 많은 시민이 저장 강박증을 앓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며 “일선 구·군이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행정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시가 직접 나서 포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시의회 차원에서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박민성 의원은 오는 5월 발의를 목표로 준비 중인 ‘부산 시민 외로워 말아요’ 조례에 저장 강박 증세를 보이는 시민에 대한 시 차원의 책무를 명문화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조례 제정을 통해 단순 지원을 넘어 시가 저장 강박증을 근원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할 방안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