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 지명 미적, 공백사태 초래
- 신년인데도 동력 잃고 뒤숭숭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이 초유의 동시 수장 공백 사태를 맞고 있다. 두 곳 병원장이 지난 11일 자로 이임했으나 아직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탓이다.

	이정주 교수(왼쪽), 김인주 교수

부산대병원은 지난 11일로 이창훈 병원장의 임기가 만료됐으나 후임 병원장이 임명되지 않아 차광수 진료처장 직무대행체제로 전환했다고 13일 밝혔다. 병리과 교수인 이 병원장은 2016년 2월 취임해 3년간 부산대병원을 이끌었다. 여기에 분원인 양산부산대병원까지 노환중 병원장이 예정(임기만료 4월 30일)보다 빠른 지난 11일 이임식을 하며 자리에서 물러나 이상돈 진료처장 직무대행체제로 바뀌었다. 부산대병원 본원과 분원 병원장이 동시에 공석인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5월 취임해 2017년 연임(임기 2년)한 노 병원장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본원과 분원이 시작을 같이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임기가 두 달여 남았지만 용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장은 병원 이사회(이사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가 복수의 후보를 추천하면 교육부가 최종 지명하는 방식으로 선발된다. 양산부산대병원장은 부산대병원장이 임명한다. 부산대병원장이 아직 선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산부산대병원장까지 일찍 사퇴하면서 연쇄 공백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부산대병원 이사회는 지난달 9일 투표를 통해 병원장 후보 2명(이정주 비뇨기과 교수, 김인주 내분비내과 교수)을 교육부에 추천했다. 총 5명의 출마자(3명은 부산대병원, 2명은 양산부산대병원 소속) 중 후보자 2명 모두 부산대병원 본원 소속 교수가 추천된 것. 하지만 추천한지 한 달이 지났고, 종전 병원장 임기까지 넘겼는데도 교육부는 아직 지명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추천은 지난달 9일 받았으나 신원조사를 위한 관련 자료를 모두 받은 건 최근이라 절차상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해 병원장 동시 공백 사태의 장기화가 우려된다.

새해를 맞아 신임 병원장 체제에서 혁신 역량을 결집해 비전을 제시하고, 도약해야 하는 병원으로서도 비상이 걸렸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수장이 빨리 결정되지 않으니 신년인데도 제대로 동력을 걸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병원장 지명 지연이 병원장 후보 선출 당시 빚어진 잡음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양산부산대병원교수회는 지난달 학교 게시판에 “복수의 병원장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이사장이 ‘양산부산대병원 출신 후보자(2명)는 본원장을 맡을 수 없다’며 이사들을 설득하는 등 부당하게 개입했다. 이런 이사장의 태도가 후보자 선출에 관한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강력히 반발했다. 노환중 양산부산대병원장의 이른 사퇴가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한 불만 탓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노 병원장은 이번 부산대병원장 후보에 출마한 양산부산대병원 소속 후보자 중 한 명이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