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류 따라 한달~1년 진단 걸려”
- 지자체 애초 정확한 진단 못해
- 시민 “병해충 전문가 채용 필요”

부산 해운대 동백섬 내 동백나무에 불어닥친 병해(국제신문 지난달 11일 자 1면 등 보도)는 탄저병이 아니라 흰말병과 잎마름병이라는 전문기관의 진단 결과가 나왔다. 섬 내 수목 병해가 발생한 지 1달 가까이 자체적으로 정확한 진단도 하지 못한 담당 지자체에 비난 여론이 쏠린다.

부산시는 최근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과 합동으로 동백섬 동백나무를 육안 조사하고 시료를 채취했다고 6일 밝혔다. 이날 과학원 소속 연구사들은 병증을 보고 섬 안쪽 나무는 흰말병, 바닷가 쪽 나무는 잎마름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했다. 동백나무 외 다른 수종에서도 잎마름병 증상이 나타난다는 게 연구사들의 판단이다.

동백섬 내 동백나무는 애초 탄저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전문가 의견이 나오자 시와 해운대구는 같은 의견을 제시하며 감염을 막으려고 대대적으로 솎아내기 작업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 과학원은 그간 제시된 것과 다른 의견을 내놨다. 일반적으로 탄저병은 암갈색 병반이 형성된 뒤 점차 확대돼 부정형의 갈색 병반이 된다. 병반 주변에는 흑갈색 띠와 등황색 변색 부위가 나타난다. 흰말병은 잎 양면에 담녹색 둥근 병반이 생긴다. 병이 진전되면 잎 앞면의 병반은 회갈색, 잎 뒷면에 형성된 병반은 적갈색이 된다. 잎마름병은 잎사귀가 갈색으로 마르는 병이다. 이처럼 이번에 진단된 병증 모두 병원균과 처방이 다르다. 연구사들은 “시료를 분석 중인데, 알려진 균이라면 분석 기간이 1달 걸리지만 신종 균은 1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돼 병해가 생겼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해운대구 관광시설관리사업소는 동백섬 식수를 파악한 결과 섬 전체 나무 1만6000그루 중 동백나무가 9500그루, 소나무가 6000그루 있다고 밝혔다. 그간 사업소 측은 2005년 부산에서 열린 APEC 행사 때 파악한 동백나무 2900그루를 식수 자료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제대로 된 동백나무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파악한 결과 실제와 기록상의 나무 숫자가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사업소 측은 “민간단체에서 심은 게 있어서 과거 조사 결과와 차이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시와 구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섬 전체 식수 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해 활용할 예정이다. 일부 시민은 지자체가 지역 대표 수종의 질병조차 스스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한다. 우동의 한 주민은 “수목 관리 부서에서 병충해 전문가를 채용해 운용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