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비 일방 인상 세입자와 갈등
- 누수 방치·엘리베이터 중지시켜
- 공공성 띤 운영 협약 깨버린 셈
- 시 “직접 개입 어렵다” 방관만

부산 수영구 남천동 남천마리나가 운영사와 세입자 간 장기간 갈등으로 공공성을 잃은 행보를 보인다. 그러나 남천마리나를 소유한 부산시는 이를 관망하기만 해 비판 여론이 거세다.

부산 수영구 남천마리나 입주업체 ‘스쿠버칼리지’ 관계자들이 엘리베이터 운행이 중단된 탓에 30㎏가량의 스쿠버 장비를 계단을 이용해 옮기고 있다. 오른쪽은 남천마리나 5층 복도 천장이 파손된 채 방치된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남천마리나 세입자들은 운영사인 ㈜진일월드마린이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단하는 등 건물 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세입자들은 6개월 전 파손된 5층 천장과 바닥 타일을 수리하고, 건물 곳곳의 누수 현상을 해결해 달라고 진일월드마린에 요구했지만 아직 방치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는 3, 4층 카페를 제외하고 엘리베이터가 운영되지 않는다. 진일월드마린은 또 그동안 무료로 운영했던 주차장에 지난해 11월 8일부터 차단기를 설치해 시간당 2000원의 요금을 받기 시작했다.

양측의 갈등은 관리비 인상에서 비롯됐다. 진일월드마린은 2017년 12월 현 대표이사 취임 후 6개월가량 관리비를 청구하지 않다가 6개월 치를 몰아서 청구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7월 발송된 청구서에는 일반관리비 명목으로 CCTV 보안료, 수선유지비, 경리회계비 등 새 항목이 대거 신설됐다. 세입자 중 일부는 이에 반발해 관리비를 내지 않고 있다.

2층에서 스킨스쿠버 교육기관과 관련 용품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월 100만 원 남짓이던 관리비가 200만 원가량으로 뛰었다”며 “신설된 항목은 원래 진일월드마린 측이 비용을 부담하던 것인데 대표이사가 바뀐 뒤 세입자에게 부당하게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차비도 비싸고 엘리베이터도 운영되지 않아 스쿠버 강사와 수강생이 무거운 장비를 들고 2층으로 걸어 올라와야 하는데 누가 찾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진일월드마린 측은 “천장 파손과 누수 부분은 일부 세입자가 막무가내로 관리비를 내지 않아 수리하지 못했다”며 “입주자가 늘면서 관리해야 할 부분도 많아졌기 때문에 일반관리비 항목과 액수가 인상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세입자들은 남천마리나가 공공성을 띠어야 한다는 설립 취지와는 동떨어지게 운영된다고 지적한다. 2014년 9월 준공된 남천마리나는 레저용 보트와 요트 계류 시설을 갖췄다. 또 건물에는 카페와 식당, 스쿠버다이빙 교육기관 등이 입주해 있다. 남천마리나는 진일월드마린이 시 소유 땅에다 건물을 짓고 2026년 3월까지 수익사업을 한 다음 시에 관리권을 넘기는 선 기부채납 방식으로 설립됐다. 진일월드마린이 시에 제출해 시의회가 2010년 심의한 개발협약서에는 ‘사업시행자는 공공성에 기반을 두고 누구나 편리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시는 상황이 이러한데도 진일월드마린에 관리권이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진일월드마린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허가해줬기 때문에 시가 개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류민하 기자 skycolor@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