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제약 극복·문화 체험 기대
- 직업재활원서 번 돈 경비 보태

“어제 오랫동안 비행기를 타서 피곤했어요. 그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서 정말 재밌었어요. 오늘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우의를 입고 돌아다녀야 하지만 친구, 선생님과 함께 베트남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이 꿈만 같아요.”

22일 베트남 다낭의 유적지를 찾은 베데스다원 소속 원생과 직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베데스다원 제공

22일 새벽 베트남 다낭에 도착해 이른 아침부터 유네스코가 정한 유적지를 둘러보고 있는 베데스다원 소속 남혜성(14) 군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마치 세계일주라도 하고 있는 듯했다. 초등학생도 해외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요즘 중학교 입학을 앞둔 남 군의 여행이 특별한 까닭은 그는 물론 함께 해외 탐방을 떠난 50명의 원생이 모두 지적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번 해외 여행에서 한 곳이라도 더 둘러보고, 하나라도 더 맛보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남 군이 생활하는 베데스다원은 1965년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 설립된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이다. 베데스다원은 오는 25일까지 베트남 다낭과 호이안으로 3박5일 일정 해외 탐방을 떠났다. 한국에서 장애인이 겪는 활동의 제약을 극복하고 한국과 다른 해외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서다. 이번 탐방에는 원생 50명을 비롯해 직원 등 모두 83명이 참가했다.

사실 이번 탐방은 준비부터 만만치 않았다. 우선 8000만 원에 달하는 경비를 마련하는 게 힘들었다. 베데스다원은 지난 3년간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받은 후원금을 꾸준히 모았으나, 여행 경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지적 장애를 가진 원생들이 직업재활원에서 일해 번 돈을 더해 겨우 경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경비를 마련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건 이들의 해외 탐방을 바라보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이었다. 베다스다원 정평선 사무국장은 “‘중증장애인이 해외에 가서 뭘 보고 배울 수 있겠느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장애가 있지만 우리 아이들도 하나의 인격체다. 한 인격체가 성숙하는 데 필요한 과정으로 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외 탐방 2일 차를 맞은 원생들은 벌써 다음 해외 탐방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김철호 원장의 마음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이번이 아이들의 마지막 해외여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김 원장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더욱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새로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면서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호흡하고 성장할 수 있게 지역 사회의 따뜻한 응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