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 “단속 권한없어 제재 못해”

- 커피트럭 16대 모두 무허가
- 해운대구 책임 떠넘기기 급급

지난 17일 밤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 해변 도로 주차장. 줄지어 영업하던 카페트럭 상인들은 한국전력 남부산지사 직원이 나타나자 부랴부랴 트럭과 연결된 전깃줄을 치우고 자체 발전기를 꺼냈다. 이날 장사하던 10여 개 카페·푸드트럭 중 상당수가 외부로부터 전기를 끌어들여 조명을 밝히고, 커피와 주전부리를 제조하는 기계를 돌렸다.

부산 송정해수욕장 일원 카페·푸드트럭 상인들이 전기를 무단으로 끌어오기 위해 나무(위에서부터)와 구덩이, 전신주 뒤 등에 숨겨 놓은 콘센트. 김성효 전문기자

트럭 전깃줄은 대부분 바위나 깔판으로 가려진 채 풀숲이나 구덩이 속 콘센트에 꽂혀 있었다. 한전 담당 직원이 한 시간가량 콘센트와 이어지는 선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전기선이 A서핑업체 장비 창고 뒤 전신주와 연결된 것을 발견했다. 한전 직원이 “전기를 어디서 끌어 쓰느냐”고 묻자, 상인들은 저마다 “집에서 가져오는 것이다” “앞으로 안 그럴 테니 봐달라” 등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한전은 이날과 지난 2일 송정해수욕장 해변과 인근 죽도공원 카페·푸드트럭 5대에서 전기를 무단으로 끌어 쓰는 ‘연접’ 행태를 적발했다. 연접은 계량기가 달린 전신주 한 곳에 전기선 여러 가닥을 연결해 사용 구역을 넓히는 행위로, 한전과 사용자 간 약관 계약 위반이다. 안전상 위험도 크다.

송정해수욕장 카페·푸드트럭 상인들은 “계량기 주인도 카페트럭 상인이다. 그 사람에게 전기료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전기 사용 허가를 받은 개인이 여러 명에게 전기를 ‘무단’으로 되판 셈이다.

그러나 한전은 상인들에게 적극적인 제재를 가하지 못해 난감해했다. 한전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상인들에게 시정 조처를 하는 것 외에는 달리 단속하거나 조사할 권한이 없다”며 “전기를 무단으로 쓰면 전기선을 연결하거나 이후 사용하는 과정에서 감전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송정해수욕장의 카페·푸드트럭이 안전과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단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것 외에도 지자체가 대책 마련에 손을 놓은 사이 수십 년째 불법 영업을 계속한다.

해운대구에 따르면 현재 송정해수욕장에서 영업하는 카페·푸드트럭은 16대로, 모두 허가를 받지 않았다. 해운대구는 지난해 7월 7대, 9월 4대 등 매년 2차례 무허가 영업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로 상인들을 형사 고발하지만, 별 효과가 없다. 한 카페트럭 상인은 “단속 한 번에 100만 원가량 벌금이 나오는데, 그냥 보증금 낸 셈 친다”고 털어놨다.

해운대구는 담당 과별로 책임을 떠넘기며 ‘폭탄 돌리기’만 한다. 환경위생과는 “지난해 교통행정과가 무료 주차선을 긋는 바람에 트럭을 철거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교통행정과는 “무허가 점포 단속은 미래도시과 소관”이라고 공을 넘겼다. 그러자 미래도시과는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은 우리 책임이 아니다”고 발을 뺐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