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블카 시설과 동선 중복 확인
- 설계변경 등으로 진척 거의 안돼
- 올 5월 개장은 커녕 연내 힘들듯

1960~1980년대 부산 송도해수욕장의 명물로 큰 사랑을 받았던 구름다리를 복원하는 사업이 지진부진하다. 사업을 추진하는 서구의 미숙한 행정 탓이다.

송도 용궁 구름다리 조감도. 부산 서구 제공

17일 서구에 따르면 암남공원과 바다 건너 무인도인 동섬을 연결하는 ‘송도 용궁 구름다리’ 공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구는 지난해 7월 복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는 5월까지 준공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 공정률은 사실상 0%에 가깝다. 서구가 계획 발표 후에야 현장을 직접 확인해 설계 수정과 시설 이전 협의 등을 진행하느라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서구는 지난해 7월 착공계를 제출하고 현장 실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애초 계획과 다른 현장 상황 때문에 기존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구름다리를 받칠 구조물이 들어설 위치와 이미 운행 중인 송도 해상케이블카 시설의 동선이 겹쳐 설계를 바꿨다. 무인도인 동섬의 자연환경조사도 공사 계획을 발표하고 나서야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동섬에 보호 수목이 발견돼 이를 피하고자 구조물 위치도 조정해야 했다.

해당 과정을 거치면서 계약상 착공 시점인 지난해 7월에서 3개월이 지난 10월에서야 착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어지는 한파로 본격적인 공사 시작은 더 미뤄질 예정이다. 서구 관계자는 “현재 활동이 힘든 겨울철이라 공사 진행이 어렵다. 암반을 깨거나 구조물을 설치하는 공정은 설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연내 준공이 힘들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동섬에 있는 군 방호시설 이전 문제 때문에 추가로 예산을 투입해야 할 판이다. 동섬은 군 부대 초소 등이 있는 군사 작전 지역이자 민간인 출입 통제 지역이다. 구의 사업 계획에 따르면 군사 시설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에 따른 예산은 모두 구에서 부담해야 한다. 구는 현재 예산 범위 내에서 관련 비용을 집행하고 추가로 예산이 필요하면 다시 편성한다는 계획이지만, 예산 낭비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구의회 이정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설계 및 계획 단계에서부터 여러 문제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며 “오랜 시간 파도로 침식된 동섬의 지반이 안전한지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한수 서구청장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점은 인정한다”면서 “수시로 공사 진행 정도를 확인해 이른 시일 내 구름다리를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옛 송도 구름다리는 송림공원에서 거북섬에 이르는 150ｍ(폭 1.8ｍ) 구간을 연결한 것으로 시민과 관광객에 인기를 끌었다. 해당 구간에는 현재 구름산책로와 해상케이블카 등 시설이 잇따라 들어서 옛 구름다리는 자리를 옮겨 복원된다. 복원될 다리는 좌우로 흔들리는 ‘출렁다리’ 형태로, 바닥 부분을 강화유리로 만들어 25ｍ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