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한병원 10인용 치료기 있지만
- 경영 악화로 이달 말 폐업 앞둬
- 비용 부담 탓 병원들 확충 난색

지난해 12월 일어난 ‘강릉 펜션 사고’를 비롯해 최근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잇따르면서 치료기인 고압산소치료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부산에는 이 치료기가 턱없이 부족해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자를 빨리 치료하기 어려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인다.

부산 수영구 위한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에 고압산소치료기가 설치돼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부산에는 부산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위한병원(수영구) 등 3곳의 병원에 고압산소치료기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위한병원은 10인용 치료기를 운영하고 있고, 나머지 두 병원은 1인용 치료기를 보유하고 있다. 부산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터지면 한꺼번에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는 12명인 셈이다.

그나마도 10인용 치료기를 가진 위한병원은 경영 적자 심화를 이유로 이달 말 폐업을 앞두고 있다. 위한병원이 문을 닫으면 한 번에 2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할 수 없게 된다.

일산화탄소 중독 치료를 위해서는 최소 1시간에서 길게는 3시간가량 고압산소치료를 받아야 한다. 부산에서 화재 등으로 대규모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나더라도 치료기 부족으로 많은 시민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치료기를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경영난에 직면한 위한병원뿐 아니라 대형병원인 부산대병원과 고신대복음병원도 고압산소치료기 운영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인력과 장비 유지에 큰 비용이 들지만 의료 수가는 낮아 타산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한고압의학회 등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대한고압의학회 관계자는 “강릉 펜션 사고에서도 봤듯이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최소한 권역별 응급의료센터에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를 설치하고, 병원이 적자로 고압산소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수가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는 부산의료원에 고압산소치료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로부터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불투명하고, 설사 예산을 따내더라도 치료기 운영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려 치료 공백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시가 복지부의 예산만 기다릴 게 아니라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조기에 치료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경기도는 추경을 통해 고압산소치료기를 마련했다.

부산시의회 박민성 의원은 “부산의료원의 고압산소치료기 보유 여부는 공공성뿐만 아니라 시민 목숨과 직결된다”며 “시는 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조속히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