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상습적으로 무전취식하다 붙잡힌 노숙인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취약 계층을 범죄로 내몰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A(47)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5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14일 오후 5시 사상구 모라동 한 음식점에서 2만8900원어치 음식을 먹고 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20년 전 노숙인 생활을 시작했으며, 무전취식과 무임승차로 쌓은 전과가 22번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A 씨의 범죄 전력이 다수여서 재범 우려가 있고, 주거나 직업이 불분명한 데다 가족도 없어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비록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경찰도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무전취식을 하는 노숙인 대부분은 술에 취해 있는데, A 씨는 정신이 멀쩡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라리 교도소에 들어가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배가 고팠다. 이 겨울에 마땅히 허기를 해결할 방법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날 A 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A 씨의 지난 생활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하지만, 비슷한 전과가 많고 주거지와 가족관계도 불분명해 영장 청구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이런 사건을 온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도 “취약 계층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범행을 저지르는 것은 오래된 사회 문제로,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에 정책과 시스템을 정비해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