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억 규모 승강기 부품 교체
- 업체 직원·소장 음성파일 파문

- “관례적 질의… 오히려 비용 아껴”
- 해당 소장, 문제제기 주민 고소

부산 동래구 한 대단지 아파트 승강기 교체 사업을 놓고 관리소장이 업체 직원에게 “리베이트를 얼마나 줄 수 있느냐”고 물은 음성파일이 공개돼 물의를 빚는다. 관리소장은 “관례적 질의였고, 오히려 승강기 교체 비용 6000만 원가량을 아꼈다”며 문제를 제기한 입주민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알렸다.

14일 A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올해 안에 장기수선충당금 12억 원을 들여 단지 내 승강기 44대 중 40대의 부품 등을 교체할 예정이다. 1900가구에 가까운 A아파트는 1999년 입주가 시작된 이후 20년째 같은 승강기를 사용했다. 이에 따라 A아파트 장기수선계획에는 2021년 승강기 제어반을 교체하는 사업이 들어 있다. 제어반은 승강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주요 부품이다. 여기에 드는 돈만 21억 원에 달한다.

비대위는 “이처럼 2년 이내로 승강기 공사에 21억 원이나 써야 하는데, 왜 지금 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한다. A아파트는 지난달 3일부터 닷새간 승강기안전공단의 정밀 점검을 받아 완전 합격 11대, 조건부 합격 32대, 불합격 0대라는 결과를 통보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A아파트 관리소장이 한 승강기업체 직원에게 계약에 따른 리베이트를 문의하는 내용의 음성파일이 나와 비대위가 강력히 항의한다. 국제신문이 입수한 음성파일을 들어보면 관리소장은 승강기 교체 리베이트를 물으며 “일반적으로 성사되면 몇 %를 받나, 나한테 주는 거” 등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해 관리소장은 아파트 내부 게시판에 쓴 글에서 “관례상 업체가 공사 후 인사하는 부분에 대해 파악하려고 전화 통화한 적이 있다. 이는 아파트에 도움이 되게끔 인사 없이 (승강기 교체 공사) 금액을 최소로 하자는 의미일 뿐 일절 금품이나 향응을 받을 생각도, 받은 적도 없다. 법대로, 원칙대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의혹과 관련해 국제신문은 A아파트 입주자대표와 관리소장에게 취재에 응해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