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게 살 수 있는 부품 원재료
- 아들 회사서 120% 비싸게 사”
- 회사 측 “음해세력의 허위주장”
부산의 한 중견기업 직원들이 대주주가 수십억 원의 회삿돈을 배임했다고 주장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A사 직원 222명이 “대주주 일가가 본인들이 소유한 유통업체(지주회사)를 통해 원자재를 고가에 매입하는 방법 등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며 대주주 B(여·63) 씨와 B 씨의 아들 C(41) 씨를 집단 고발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6일 밝혔다. C 씨는 A사 지분 70%를 소유한 지주회사의 대표이사다.
고발장을 낸 직원들은 “대주주의 배임 탓에 40년가량 건재하던 회사가 도산 위기에 처해 직원 수백 명이 길거리에 내몰릴 위기에 놓였다”고 하소연했다. 직원들은 고발장에 ‘B 씨와 C 씨가 2013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모두 33억8500만 원을 배임했다’고 적었다.
국제신문이 입수한 매입·매출 자료를 보면 A사는 2013~2017년 생산 부품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원재료 2800억 원 치를 매입했다. 이 중 97%가량인 2713억 원 치를 C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지주회사로부터 샀다. 이 지주회사는 플라스틱 수지 제조업체가 아닌 일반 유통업체다. 이에 A사 직원들은 경쟁입찰을 통해 낮은 단가를 제시하는 업체와 계약할 수 있는데도 번번이 이 지주회사와 거래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은 또 A사가 지주회사로부터 인정 가격보다 많은 돈을 주고 원재료를 매입해 재산상 손해를 봤고, 반대로 지주회사는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한 직원은 “인정가의 79.34~99.95% 수준에서 납품받을 기회가 수차례 있었다. 그러나 회사는 계속 100~124.1% 수준의 비싼 돈을 주고 지주회사에서 물건을 떼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주회사가 유통을 전담하면서 생긴 마진만큼 A사의 원가 경쟁력은 떨어졌다고 직원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단 한 번의 적자도 없었던 A사는 지난 3년간은 매년 7억~131억 원의 손해를 봤다.
직원들의 고발에 대해 대주주 B 씨는 “사실무근이다. 배임은 있을 수 없다”며 “일부 음해 세력이 허위로 고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A사는 직원 300여 명과 협력사 100여 곳을 둔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다. 현대기아자동차의 1차 납품사로, 주로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한다. 연 매출이 1650억~1935억 원에 달하는 강소기업이며, 지난해 6월 경남 양산시에서 부산 기장군으로 옮겼다. 지주회사의 사옥은 금정구 남산동에 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