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 소홀·저렴한 수입산 원인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A(35) 씨는 새해 첫날부터 화재경보기 탓에 진땀을 빼야 했다. 이날 오후 7시께 집에 머물고 있던 그는 “15층에 화재경보기가 울렸는데, 다른 세대 경보기는 울리지 않았으니 확인해 보라”는 경비실 방송을 듣고는 놀라 복도로 뛰어나갔다. 이웃주민도 복도로 나와 상황을 확인했는데, 불이 난 곳은 없었다.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한 것이었다. A 씨는 “실제 불이 나진 않았지만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아찔한 경험을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근 11일째 부산에 건조 특보가 내려져 화재 위험이 매우 높아 소방 당국이 특별 경계에 나선 가운데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3일 부산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인한 출동 건수는 146건에 이른다. 9월이 19건으로 가장 많았고, 매달 최소 6건 이상은 소방대원이 현장에 출동했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소방 행정력이 낭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경보기가 오작동해 소방관이 출동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방안이 없다. 현장에서는 화재 감지기와 경보기 오작동이 발생한 위치를 설명하고, 건물 담당 소방시설업체에 경보기를 수리하라고 통보하는 것에 그친다. 부산의 한 소방관은 “대부분 건물 관리자는 경보기 작동, 해제 방법을 몰라 소방관이 현장에 도착해서야 실제 불이 나서 작동한 건지, 오작동했는지를 알 수 있다. 십중팔구는 오작동이어서 허탈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화재경보기는 민간 소방시설업체에서 시행령에 따라 설치한다. 하지만 설치 이후 관리 소홀로 경보기 오작동 사례가 잦다. 먼지가 많이 쌓이면 센서를 건드려 불이 나지 않았는데도 경보가 울리기도 하고, 경보가 자주 울려 수신기를 꺼놨다가 실제 화재가 발생해 피해가 커지기도 한다.

소방시설업체에서 단가를 낮추기 위해 저렴한 중국산 경보기를 주로 설치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들 제품은 국산과 감도가 다르고 상대적으로 품질이 낮아 자주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소방청은 화재경보기의 전반적인 성능을 개선하고 작동 가능 연한을 설정하는 등 다양한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부산시소방안전본부 남동채 예방안전담당관은 “건물 관리자와 소방시설업체는 화재경보기 주변을 자주 청소하고 관리해야 한다. 소방에서도 경보기 오작동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