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덕도 신공항 못 말하는 속사정

- 과거 홀로 가덕도 주장해 실패
- “관문공항 건설 시대적 소명
- 김해신공항 강행은 시민 무시”
- 지역 이기주의 오해 사전차단

# 오거돈 “국토균형발전의 문제”

- 인천공항 일극 체제 꼬집고
- 울산·경남 넘어 영호남 연대
- 전 국민 홍보·설득 기구 구성
- 당청에 ‘文공약’ 지속적 요구

오거돈 부산시장이 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사업 백지화를 관철하고 제3지대에 동남권 관문공항을 짓겠다고 공식 선언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오 시장은 관문공항의 장소를 ‘제3지대’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계획을 전면에 드러내지 못하는 속사정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 시장은 김해신공항 불가론을 펴는 경남 울산과 공동 전선을 유지하면서 대구 경북은 물론 전 국민에게 동남권 관문공항의 필요성을 알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3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오거돈 시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이 새해 시정 운영 방침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아닌 대안”

오 시장은 이날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도 “제3지대에 당연히 가덕도도 포함된다”는 취지로 일관하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명실상부한 관문공항 건설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전제한 뒤 “대국민 홍보기구와 대안 마련을 위한 전략 기구를 구성해 대한민국을 설득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은 부산의 힘과 주장만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 시장은 과거 신공항 실패 사례를 언급하면서 “부산 혼자 주장을 펼쳤고, 심지어 1(부산) 대 4(경남 울산 대구 경북) 구도까지 만들어진 상황에서 부산의 주장은 지역 이기주의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기본적으로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위해 현재 견고하게 구축된 울산 경남과의 공동 전선을 끝까지 유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런 점에서 시는 현 단계에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오 시장이 직접 언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본다. 경남과 울산으로선 동남권 관문공항의 필요성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관문공항이 가덕도에 건설돼야 한다는 주장은 이와 별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호남 우군화, 대국민 설득 시도

시는 이날 새해 시정 운영 기조를 발표하면서 정부의 김해신공항 건설 계획을 부산시민을 무시한 처사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지난해 국제선 연간 이용객이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선 김해공항은 수용 능력이 한계치를 넘었다. 이는 정부가 예측한 시기보다 무려 7년이나 빠른 기록으로, 김해공항의 수용 능력이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필요성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하지만 4단계나 확장을 거듭하는 인천공항과 비교하면 정부의 균형발전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오 시장은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은 국토 균형발전의 문제로, 이는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또 인천공항 일극 체제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관문공항 건설을 위해 동남권을 넘어 남해안권 지자체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는 한쪽에만 집중된 ‘일극’이 아닌 수도권과 동남권이 상생하는 ‘양극’의 개념을 도입해 비수도권, 특히 영호남의 연대를 끌어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는 상반기 중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위한 대국민 홍보기구를 발족하고, 대안 마련을 위한 전략기구를 구성한다. 시 고위 관계자는 “동남권 관문공항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부울경을 넘어 대구 경북, 나아가 남해안권을 따라 형성되면 이는 비수도권 전체의 현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시는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점을 부각해 청와대와 여당에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관문공항 건설을 계속해 요구할 계획이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