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검증단·시 “소음피해 가구, 국토부 추산보다 10배 많아”

② 김해공항 확장때 소음영향지역 46.3㎢로 축소

③ 활주로 짧아 관문공항 역할 불가… 슬롯도 부족

④ 에코델타시티 고도 제한 적용땐 1000억 손실

⑤ 평강천 수로 변경·산 절취 등 추가 비용도 막대

부산시가 사실상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국제신문 지난 22일 자 3면 보도)에 나섰다. 국토교통부가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신공항은 동남권 관문공항의 역할을 할 수 없고, 막대한 소음 피해와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는 게 그 이유다. 시는 또 김해신공항이 에코델타시티 사업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24일 부산 울산 경남의 시장·도지사가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이하 검증단)’의 중간 검증 보고회에 참석한다.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여론’에 송철호 울산시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관심을 끈다.

■정부, 소음 피해 의도적 축소했나

23일 검증단과 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해신공항이 생기면 소음 영향 지역은 김해 12.2㎢, 부산 47.5㎢ 등 59.7㎢이지만 국토교통부는 46.3㎢(부산 39.1㎢, 김해 7.2㎢)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고수한다. 영향을 받는 가구 수도 국토부는 부산 강서구 1834가구와 김해 882가구 등 2716가구라고 하는 반면 검증단과 시는 이보다 무려 10배 이상 많은 3만4833가구라고 맞선다. 특히 검증단과 시는 국토부가 부산 사상구와 북구 등 신규 소음 지역은 물론 미래 소음 발생 지역인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와 김해 주촌신도시 등을 아예 배제해 소음 영향을 의도적으로 축소·왜곡했다고 강조한다.

시와 김해시가 이 때문에 주민설명회 연기를 공식 요청하는 등 반발했고, 사상구의회와 북구의회는 국토부의 김해신공항 건설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관문공항 아닌 지방 거점공항 불과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그런데 검증단과 시는 김해신공항이 단순히 지방의 거점공항에 그친다고 본다.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A380이나 B747 같은 대형 항공기나 화물기가 이용할 수 있는 활주로의 길이는 최소 3500ｍ 이상인데 김해신공항은 최대 3200ｍ이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의 신활주로는 4000ｍ다. 이 때문에 검증단과 시는 김해신공항이 국제 물류 중심의 관문공항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동시에 활주로 용량(슬롯)도 계획상 연 18만9000회로, 예상 수요인 연 29만9000회에 11만 회나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에코델타시티 사업에 치명상

정부가 군사 기능을 하는 김해신공항의 성격을 민간공항으로 규정하면 공항시설법 적용을 받아 신활주로 끝단 4㎞ 이내는 고도 제한(45ｍ, 약 16층 이하)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전체 에코델타시티 내 고도 제한 영향 면적이 기존 16%에서 74%로 확대돼 사실상 사업성에 치명상을 입는다. 상가나 주거시설 등 총 700호가 감소하면서 그렇지 않을 때보다 1000억 원가량의 손실이 생긴다고 검증단과 시는 분석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김해신공항 건설은 에코델타시티와 연구개발특구, 복합산업유통단지 등 서부산권의 장기적 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민간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정부는 최근 김해공항에 군사 기능을 대폭 강화해 신공항이 건설되더라도 군의 통제를 받는 현재의 김해공항과 다르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환경 훼손과 막대한 절취 비용

시와 검증단은 김해신공항 건설 때 활주로 증설로 길이 12.6㎞, 폭 60ｍ에 달하는 평강천 수로를 변경하는 대규모 공사를 해야 하는데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아 생태계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철새 서식지 등 환경이 급변하고 수중 생태계가 교란돼 심각한 환경 훼손이 우려된다는 게 검증단과 시의 기본 입장이다.

여기에 활주로 북쪽의 임호산 오봉산 경운산 등 세 개의 산을 깎으려면 2조9000억 원이 든다. 국토부는 절취가 불필요하다고 하지만 산을 그대로 두면 좌측으로 22도 선회해야 하고, 그러면 항공소음 영향권에 들어가는 김해 시가지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오 시장은 “가덕도 신공항이면 모든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때 가덕도와 밀양을 놓고 유치 갈등이 생기면서 김해신공항이라는 엉뚱한 절충안이 나와 비극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송진영 기자